사교육의 어두운 그림자
작성 : 2019년 09월 16일(월) 00:00 가+가-
사교육의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왜곡된 유교의 입신양명과 출세지향적인 교육관이 지배하는 곳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마 세계에서 사교육이 가장 심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폐해가 가장 큰 국가일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약 19조 5천억 원에 달하며, 2016년 이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체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교육에는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수업보충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교과를 공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은 지적인 공부에 집중한 나머지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며, 정서적으로도 불안하다. 입시의 중압감 때문에 많은 가정에서 가정교육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로운 대화가 거의 실종되어 있는 형편이다. 사교육의 이러한 부작용은 국가나 사회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는 계층 간의 격차와 교육의 격차의 심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엄청난 사회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사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시급한 문제이지만, 난마처럼 얽혀 있는 이 문제를 단기간에 완전히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있겠지만, 그것에 앞서 근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교육의 '공적 성격'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교육은 내 마음대로 받고 싶으면 받고, 받기 싫으면 그만두는 그런 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느 편인가 하면, 교육은 문명된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문명된 삶을 살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인류문화 유산의 정수이다. 이 점에서 교육은 공적인 성격을 띤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공공의 관심사'이고, '모든 이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타락한 인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가 함께 문명된 삶을 누리는 이상적인 상태에 오히려 불만족을 느끼며, 나 혹은 내 가족이 그러한 삶을 독점하거나 더 많이 누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혹은 그릇된 욕망은 입시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동원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사교육이 기형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공교육의 그림자로 있어야 할 사교육(shadow education)이 공교육을 위협하거나 심지어 공교육을 대체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권을 사실상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라는 이기적 욕심에서 벗어나서, 미래 세대의 모든 아이들이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들이 건강하고 충분한 쉼을 누리며, 전인적 인격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충분한 관심과 배려가 요청된다. 그럴 때 우리는 이 땅에서도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유재봉 교수/성균관대 교육학과·사교육혁신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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