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 임직식(레 8: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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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09월 13일(금) 00:00 가+가-
레위기에서 제사법(1~7장)을 제정한 다음에 제사장을 임직시키는 내용이 나오는 것(8장)이 본문의 흐름에서 볼 때 매우 자연스럽다. 제사를 집전할 제사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제사장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할 때(벧전 2:9), 제사장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신앙생활을 위해 중요하다.

레위기 8장에는 임직식을 준비하는 내용이 나오고(1~2), 그 다음에 임직식에 참여할 회중을 소집한다(3~5). 6~13절에서는 임직예식을 거행하고, 14~32절에서는 임직식 제사를 드리는데, 속죄제, 번제, 위임제로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33~36절에서는 이러한 제사를 꼬박 일주일 동안 드려야 할 것을 말하며, 임직하게 될 제사장은 일주일 내내 회막 밖을 나가지 말고 회막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규정한다.

임직식을 준비하는 1~2절에서 모세는 아론과 아론의 자손들을 불러서 제사장 옷과 관유, 곧 거룩하게 하는 데 쓸 기름과 속죄제물로 바칠 수소 한 마리, 숫양 두 마리, 누룩 넣지 않은 빵 한 바구니를 가지고 오게 한다. 다음으로 제사장 임직식에 참여할 회중을 회막 어귀에 불러 모은다(3~5절). 4절에는 중요한 표현이 나오는데 "야웨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과 같았더라"이다. 이 구절이 레위기 8장에만 모두 일곱 번 나온다(4, 9, 13, 17, 21, 29, 36). 이것은 제사장을 세우는 것은 백성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하나님이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임직예식에 대한 규정이 나온다(6~13). 모세는 아론과 아론의 자손들을 씻기고, 아론에게 제사장 옷인 에봇을 입힌다. 에봇은 일종의 조끼로, 여기에는 띠와 가슴받이가 있고, 가슴받이 속에는 하나님의 뜻을 알게 하는 우림과 둠밈을 넣는다. 우림은 빛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둠밈은 완전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림과 둠밈은 주사위 또는 얇은 판 모양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우림과 둠밈을 던져서 어떠한 식으로 떨어지는가에 따라 하나님의 뜻을 판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세는 아론과 아론의 자손에게 머리에 관을 씌우고, 관 앞에 금으로 만든 성직패를 달아 준다. 그 다음에 모세는 거룩하게 하는 기름을 가지고 와서 성막과 그 안에 있는 기구에 발라서 거룩하게 한다. 그리고 아론과 아론의 자손들에게 기름을 부어 그들을 거룩하게 한다. 또한 아들의 자손들에게도 아론과 같이 옷을 입히고, 띠를 띠게 하고, 머리에 관을 씌워 준다. 임직예식을 거행한 다음에는 임직식 제사를 드려야 한다. 임직식 제사는 속죄제(14~17), 번제(18~21), 위임제(22~36)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제사를 드리는 이유는 제사장이 공식적으로 하나님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34절). 또한 번제를 통하여 이제는 하나님께 온전히 자신의 삶을 불태워 헌신하기로 결심한다. 23~24절에 따르면 숫양을 잡고 피를 받아서 아론과 아론의 자손들의 오른쪽 귓불과 오른쪽 엄지손가락과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발라야 한다. 신체의 끝 부분은 사람 전체를 표현하는 것으로, 피를 통해 몸 전체를 거룩하게 성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행위는 14장 14절에서 피부병 환자를 위한 정결예식에서도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거룩하게 구별하는 기름과 제단에 있는 피를 가져다가 제사장 옷을 입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뿌려서 그들을 거룩하게 구별한다.

그런데 33~36절을 보면 이러한 절차를 꼬박 일주일 동안 똑같이 지속해야 하는 것이 특이하다. 일주일 동안 제사장으로 임직하는 제사장 후보자들은 회막 안에서 희생제물 고기와 빵을 먹고 생활한다. 그리고 절대로 회막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었는데, 만약 회막 밖, 곧 세상으로 나가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사장이 일주일 동안 회막에 머물러 일주일 내내 속죄제, 번제, 임직식 제사를 드려야 하는 것은 하나님과 세상 앞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알려준다. 제사장이 될 사람은 제사장으로 임직하여 세상에 나가 일하기 전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일주일 동안 하나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자신이 지은 죄를 성찰해야 한다. 세상과 철저히 단절하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침묵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헌신하기로 결심한다. 그러한 모습은 제사장의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나님 안에 철저히 머문 다음, 다시 세상에 파송되는 사람이라는 신앙인의 실존을 보여준다. 출애굽기 33장 7~11절을 보면 이와 관련된 모세의 일화가 나온다. 광야 40년 동안 모세는 일반 백성들의 진영에서 멀리 떨어져 매일 자신만의 회막을 쳤다. 그리고 친구와 친구가 이야기하듯이 하나님과 모세가 늘 대화한다(출 33:11). 비록 기도의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모세가 자신의 입신양명, 부귀영화를 위해 기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성과 겨레를 위해, 가나안 땅까지 순종하며 다다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모세가 40년 동안 하나님과 깊은 대화를 위한 공간과 시간을 늘 마련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는 백성과 함께 기나긴 광야의 길을 이겨낼 수 있었으리라.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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