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목공소 0.05mm
[ 목양칼럼 ]
작성 : 2019년 09월 13일(금) 00:00 가+가-
세월호 가족들의 요청으로 목공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한지 벌써 4년이다. 목공은 근본이 두 가지이다. 자르고, 깍는다. 톱과 대패이다. 이것이 안되면 다음은 볼 것도 없다. 톱은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고, 대패는 평으로 움직인다. 목공을 한참 하다 보니 톱과 대패가 십자가를 떠오르게 한다. 톱은 십자가의 세로 기둥, 대패는 십자가의 가로 기둥을 연상시킨다. 세로로 자르고, 가로로 다듬는 것이 마치 십자가를 향하는 예수님의 공생애를 떠오르게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목공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합한다. 하나님의 창조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처음과 끝이 다 계획되어 한치의 오차 없이 그 섭리를 따라 진행이 된다. 그런데 목공도 마찬가지이다.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대상을 그냥 잘라서 즉흥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계, 재단, 맞춤, 마감에 이르는데, 그 모든 과정이 목수의 생각 속에 완전하게 들어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한 쪽에서 반드시 오차가 생긴다. 목공은 오차가 0이다. 집 안에 들여놓은 일반 가구를 보자. 장롱을 바라보면 대칭이다. 모든 가구는 특별한 디자인이 아니면 대칭이다. 그 대칭 구조에 조금이라도 오차가 나면 금방 눈에 거슬린다. 그 오차의 범위가 0.05mm이다. 이 오차는 기분 좋으면 안 보이고, 기분이 안 좋으면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 오차이다. 마치 하나님의 감추어진 섭리를 연상시킨다. 믿음으로 보면 보이지만, 욕심과 교만으로는 볼 수 없듯이. 처음에는 좀처럼 대패밥이 1/20mm(0.05mm)두께로 나무를 깍아 대패 밥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대패를 수정하며 반복하여 사각사각 대패를 당기다 보면 투명하여 잠자리 날개 같은 대패밥이 부드럽게 깍여 나올 때의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목공은 이 0.05mm 대패를 수정하고, 깍으며 대패밥을 만들면서 체휼한다. 마치 도를 닦는 것 같다. 실제 그렇다. 자기 습관이나, 경험, 자기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결코 0.05가 나오지 않는다. 다 내려 놓아야 한다. 하나님의 섭리에 자기를 맞추기 위해 주님 앞에 나아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을 때 주님의 신비로운 섭리와 경륜이 내 앞에 온전히 드러나듯이 말이다.

4·16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한창 목공을 배울 때 지금도 그렇지만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실규명이 한 치 앞도 못 나가,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 목공소에서 0.05mm의 위로와 평안을 받았다. 왜냐하면 목공은 반드시 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책상이면 책상, 장이면 장, 목공을 통해 하나님의 피조물을 향한 창조의 손길을 맛 본다. 하나님은 지금도 생명, 정의, 평화를 창조하신다.

안홍택 목사/고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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