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능력이 없는 목사
작성 : 2019년 09월 13일(금) 00:00 가+가-
신학대학생이던 시절 전철에서 떨어진 복권을 주웠다. 즉석복권이었는데 2천만원 당첨에 기아차 세피아가 경품으로 당첨된 복권이었다. 주인을 찾아줄 방법은 생각지도 않고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신 줄 알았다. 집에까지 가는 길이 너무 떨렸다. 내게 주어진 행운이 믿기지 않아서 가짜복권은 아닌지 앞뒤로 꼼꼼히 봤다. 진짜 같았다. 복권이 당첨된 것이 맞는지, 그리고 어디서 돈으로 바꿔야 하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복권을 파는 곳에 갔다.

"아저씨, 이거 당첨된 거 맞죠?" 복권을 판매하는 아저씨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학생, 긁어야지!"라고 하셨다. 즉석복권을 처음 본 탓에 긁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긁어보니 '꽝'이었다.

결혼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아 인공수정으로 쌍둥이 아이를 가졌다. 병원에서 살 트지 말라고 준 연고를 매일 밤 아내의 배에 발라주면서 "쌍둥이 아기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막상 아기들이 태어났을 때 딸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쌍둥이가 밤에 기침을 하며 고열에 시달렸다. 아내가 기도해 달라고 해서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아이들의 기침이 멎고 열이 내려가게 해 주소서." 다음 날 아이들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제약회사를 다니는 청년의 부탁으로 신우회를 섬기게 되었다. 필자가 가기 전까지 몇 년간 설교자 없이 직원의 인도로 성경 읽고 기도하고 마치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짧지만 설교도 듣고 축도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부활절 계란을 돌리다가 불심이 깊으신 회장님이 그 모습을 보고 신우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신우회는 없어졌다. 신우회장 집사님의 아내분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한 달에 한번 직원예배를 부탁받았다. 예배가 목적이기보다 개척교회를 돕기 위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귀한 대접을 받으며 예배인도를 했다.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운영난에 빠져 가게를 정리하셨다. 청년시절 같이 신앙생활하던 친구가 컴퓨터 수리점을 열고 내게 개업예배를 부탁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예배를 인도해 주고 마음껏 축복해 주었다. 친구의 가게는 한 달 만에 폐업했다. 인도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수련회에 주강사로 초대받아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 설교할 기회를 얻었다. 3박 4일간 진행된 수련회는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게 부어졌다. 특히 선교사님들이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하시면서 다음 번 집회도 부탁하셨다. 하지만 그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들려오는 소식은 인도 사정이 나빠져서 선교사님들이 추방당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쓴 '목사도 사람입니다'를 첫 책으로 출판해준 출판사는 만성적자에 시달린다.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병원에서 수술 받고 퇴원하면서 내게 연락한다. 입원하기 전에 말씀드리면 목사님이 기도하실까봐 그랬단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를 담임목사로 여기고 우리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는 용감한 성도님들 덕분에 목회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기독공보가 걱정되는 건 기분 탓이겠지.

전재훈 목사/발안예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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