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건제(레 5: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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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09월 06일(금) 00:00 가+가-
속건제는 하나님의 성물이나 이웃의 물건을 침해하거나 손해를 끼치고 잘못을 깨달았을 때, 허물을 씻기 위해 드리는 제사이다. 속죄제가 실수로 죄 지은 사람이 제물을 드리는데 반해, 속건제는 손해를 끼친 원금에 20%를 덧붙여 배상한다. 그래서 배상제나 보상제로도 부를 수 있다. 공동번역 성경은 '면죄제'로, 가톨릭 성경은 '보상제'로 번역한다.

먼저 하나님의 성물에 대한 죄는 부정한 상태에서 제물을 먹는 일(레 22:2~16)과 하나님께 속한 헌물이나 십일조(레 27장)를 가로채는 일이고, 그것은 야웨의 이름을 모독하는 죄로 여겨졌다. 사도행전 4~5장의 아니니아와 삽비라의 죄와 말라기 1장 7~8절의 제사장의 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속건제는 이웃의 물건을 침해한 때에도 드려야 하는데, 위탁물이나 전당물에 대한 부정, 도둑질, 임금 착취, 분실물 취득(6:1~3) 등의 경우이다. 속건제 규례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것을 야웨의 성물을 함부로 다루는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확대해서 생각하면, 사람에게 잘못하는 행위를 하나님께 잘못하는 행위로 여기는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동전의 다른 면으로 여기는 것처럼, 사람에 대한 범죄가 하나님에 대한 죄와 같다고 여긴다. 성경은 종교적 죄와 사회적 범죄를 구별하지 않는다. 하나님께 죄 짓는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원만할 수 없다. 사람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데에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것은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을 피해 숨은 아담에게 "어디 있느냐?"(창 3:9)는 물음을, 아벨을 죽인 가인에게 "(아우가) 어디 있느냐?"(창 4:9)고 하나님이 똑같이 질문하신 데에서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아담과 가인에게 행하신 같은 질문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죄는 사람에 대한 죄임을 가르쳐 주신다. 그리고 하나님과 사람의 물건을 침해하여 행하는 죄에 대하여 속건제를 드림으로써 해결하게 하는 은총을 보여주신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죄는 하나님께 대한 죄이고,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보상하는 원리가 중요하다고 속건제 규정은 가르친다.

속건제 규례를 통해 사람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데, 사람이 물질에 대해 가지는 욕망을 폭로한다. 물질에 대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하나님의 성물을 가로채기도 하고, 사람의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돈에 눈이 멀어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기도 한다. 십계명의 열째 가르침은 이웃이 가진 것을 탐내지 말라는 것이다(출 20:17). 물건을 실제로 훔치기 이전에 남의 물건을 가지고 싶어 하는 탐심 자체를 죄로 규정한다. 신앙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여러 가지로 판별할 수 있지만, 재물에 대한 태도, 돈에서 자유로운가, 돈의 노예인가 혹은 하나님의 종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돈의 철학(1900년)'에서 돈이 자기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사람도 일정한 돈에 만족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밝힌다. 돈이 마치 신의 자리까지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경은 욕망을 절제하고 포기하는 것이 참된 신앙의 모습이라고 가르친다. 돈과 권력을 포기하고 절제할 능력이 있을 때,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특별히 속건제물이 제사장에게 소득으로 돌아가는 것(레 7:6~10)은 제사장은 땅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서 땅에서 나는 소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성별된 신앙인은 물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

속건제를 드리는 다른 경우가 레위기 5장과 6장 밖에도 나온다. 악성 피부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는 정결예식과(레 14:10~20) 나실 사람의 헌신예식에도 속건제를 드린다(민 6:12). 이것은 사람의 몸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중요한 재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피부병에 걸린 것은 자기 몸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이해한다. 나실 사람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시체에 손을 대서 자기의 몸을 더럽히면 속건제를 드려야 했다. 자기 몸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니, 자신의 몸이기 이전에 하나님에게 받은 거룩한 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몸을 정결하게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 성경은 영과 육의 이원론을 말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여 하나님의 거룩함을 구현하는 일에 우리의 삶을 바쳐야 한다.

속건제 규례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정의와 공의의 삶을 사는 것이 삶의 제사라는 신앙의 가르침을 준다. 또한 사회·경제적인 범죄를 신앙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통찰력이 들어 있다. 하나님이나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원금만 갚는 것이 아니라 피해 보상을 하는 점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를 알려준다. 특별히 교회 재정에 해당하는 하나님의 성물에 대해 목회자와 성도들이 가져야 하는 거룩한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준엄하게 말씀하신다. 예배는 하나님과 백성이 나누는 사귐이다. 문제는 백성의 삶이 죄와 부정에 오염되도록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데 있다. 속건제는 이런 상황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 하나님은 죄와 부정함에 빠져 신음하는 백성이 속건제를 통해 거룩함을 다시 회복하기를 바라신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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