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불, 혼이 빚어 낸 달 항아리
지당 박부원 명장의 도예세계
작성 : 2019년 09월 04일(수) 09:48 가+가-

청동채요변항아리 61.3x60.7cm Copper Glazed Jar(청동 유약 항아리), 2014

지당 박부원 선생은 조선시대 왕실 품위의 상징 백자 도자의 전통을 잇는 도예명장이다. 2008년에는 광주왕실 도자기 최초 명장이 된다. 일찍이 1962년 도암 지순탁 선생의 문하로 입문한 그다. 74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광주에 도원요를 열어 이조시대 도자 계승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지당의 도자 인연은, "1962년 인사동 고미술 가게에서 뒤엎어 진열된 도자기에서 삶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고, 인생을 한순간 돌려놓은 계기가 되었다"라고 도자 입문 소감을 밝힌다. 지당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하나님이 예정하신 것 같다"고 토로한다.

현대의 산업화는 예술품도 기계적 생산라인을 통해 다량 양산하는 추세이다. 그러기에 선생의 손맛이 만들어낸 경탄스런 도자명품의 가치는 점입가경 되고 있다. 선생은 꾸준한 연구와 시도로 2000년대 이후 웅장하고 다채로운 요변 수법으로 현대미감의 도자를 탄생시킨다. 도예가 실용성이나 쓸모에서 탈피하여 보다 자유로운 조각품 같은 조형 공간미를 꽃 피운 것이다. 한국의 전통 기법을 근거로 우리의 정서와 혼을 담으면서도 현대미감의 디자인은 현대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어한 대단한 업적이다.

과거 달 항아리는 두 쪽으로 작업했다면, 지당은 단번에 완성시키는 독보적 기량으로 제작한다. 보잘 것 없는 흙 한 덩이는 지당의 손끝에서 명품 달 항아리로 둔갑되어 나온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셨다. 사람의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 2:7) 창조주가 인간을 빚어내신 것과 흡사한 이치다. '그 다음 과정은 불의 심판이 있다 조금이라도 허술한 곳이 있으면 어김없이 불의 심판대에서 견디지 못하고 깨어진다'라고 선생은 설명한다. 그것 또한 이 땅에 살 동안 믿고 구원의 확신이 있느냐에 따라 심판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니 놀랍다.

선생은 불의 장난에도 능수능란하다. 불을 잘못 다룬다면 도자는 불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워낸 도자에 유약을 바르고 한 번 더 뜨거운 불 심판 후 명품만 남는 것이다. 여기에 지당의 색채 미학이 발현된다. 청동채 요변 도자는 가마 속에서 유약의 변색으로 불과 유약이 만들어낸 가마 속 신비다. 불과 유약이 그려낸 추상 세계는 신이 만들어 주는 제2의 작업시간으로 기다림의 시간이다. 천사와 밤새 씨름한 야곱처럼, 노심초사 가마와 씨름하며 어언 반 백년을 흙, 불, 혼과 함께한다.

선생의 도자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 품격미가 더 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가을 밤 둥근 달을 보며 넉넉함을 품은 백자 달 항아리를 빚었다면 지당 선생은 그 달 항아리를 보며 완벽히 재현하고, 진일보하여 현대 감각의 도예명품으로 재해석하여 도자 애호가를 매료시킨다. 명품도자를 소중히 다루어야 하듯, 깨어지기 쉽고 상처 받기 쉬운 우리의 영혼도 존귀하게 여기며 근신함으로 소중히 지켜야 할 것이다.



지당 박부원 명장 이력

도암 지순탁 선생 도예 입문(1962), 도원요 설립(1974), 북큐슈시 한국도자기 초대전(1978), 도쿠시마시 시장 초대전(1980), 분청사기 개인전(1982), 도쿠시마시 후원회 초대전(1982), 원로중진작가기독교미술인초대전(1983), 韓.日문화교류전(1991), 한국전통도자전(미국.1997) 광주왕실도자기 초대명장(2008), 박부원 고희 기념전(2008), 경기도자박물관 초대전(2018)



유미형 화가/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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