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창립의 감격을 기억하자
[ 주필칼럼 ]
작성 : 2019년 08월 30일(금) 10:00 가+가-
2019년 총회주일은 조선예수교장로회 제1회 총회가 개회예배를 드린 날과 같다. 107년 전인 1912년 9월 1일에 총회 개회예배를 드렸다. 제1회 총회록에 따르면 창립총회에는 한국인 목사 52명, 외국인 목사 44명, 장로 125명 등 모두 221명의 총대가 참석했다. 당시 교세는 목사 128명, 장로 225명, 세례교인 5만3008명, 총 교인 12만7228명, 기도처를 포함해서 교회가 2504개였다.

총회의 창립은 1884년에 조선 첫 교회인 소래교회가 세워진지 28년 만의 사건이었다. 창립총회의 영광 뒤에는 한 알의 밀알처럼 땅에 떨어진 순교의 피도 있었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성경을 보급한 매서인들의 수고도 적지 않았다. 바다 건너 찾아와 헌신한 선교사들의 헌신도 컸고, 1907년 대부흥운동의 뜨거운 열기도 뒷받침이 되었다.

그 날의 감격이 제1회 총회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회예배는 평양 경창문 안의 여자성경학원에서 드렸다. 리눌서 선교사는 히브리서 12장을 본문으로 "장자회"(長子會)를 제목으로 설교하였다. "장자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마포삼열 목사와 원두우 목사가 각각 분병과 분잔을 맡아서 성찬을 인도했다.

첫 총회장에는 장로교 첫 선교사인 원두우 목사가, 서기에는 한국인으로 처음 안수받은 목사 중에서 한석진 목사가 선출되었다. 의사봉인 고퇴는 길선주 목사와 편하설 선교사에게 맡겨서 제조하게 하고, 총회인장은 한석진, 주공삼 두 분에게 맡겨서 정하게 했다. 7개 노회별로 2명씩 노회회록 검사위원을 정해서 노회록을 검사하게 했다. 매일 아침과 밤에 예배를 드렸고, 각 노회 보고, 동경전도 보고, 학교 보고를 차례대로 받았다.

담담하게 기록한 총회록 곳곳에 독립된 교회를 세워주심에 감사하는 흔적을 볼 수 있다. 개회예배를 드린 뒤 경기충청노회로부터 시작해서 노회별로 총대원을 한 분씩 호명하였다. 호명한 이름에 낯익은 분들이 많다. 곽안련 선교사를 비롯해서, 서경조 목사, 게일 목사, 피득 목사, 왕길지 목사, 함태영 장로, 김규식 장로 등 면면이 교회사와 한국사를 장식한 인물들이다. 한 분 한 분 호명하고, 대답하는 모습이 영화 속 장면처럼 기록되어 있다.

총대 호명 뒤 총회록의 첫 기록도 색다르다. 총회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한 줄 담겨 있다. "마포삼열 씨의 소개로 일본교회 장로 법학박사 우자와 씨가 강단에 올라와서 김필수 씨가 통역하는 가운데 문안과 축사를 하였다." 절차위원이 절차 보고하기 전에 일본교회의 축하를 받은 것이다.

총회는 이어서 해외교회의 축하편지를 낭독하였다. "만국장로교연합총회와 미국남장로회 총회에서 문안과 축사하는 편지를 낭독하매 길선주 씨가 총회서기로 이 두 공한에 대하여 우선 답장도 하고 미국북장로회 총회와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장로회 총회에도 조선총회가 조직됨을 감사하는 편지하기를 동의하여 가결하다." 만국장로교연합총회는 오늘날의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 1875년 창립)이다.

나라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으나, 교회는 독립을 한 것이다. 일본교회 대표의 축하를 받는 총대들이 얼마나 감사했겠는가. 세계 장로교회를 대표하는 단체와 미국의 동역교회가 보낸 축하 공한을 읽을 때 얼마나 가슴이 벅찼겠는가. 총회를 폐회하는 날 미국 뉴욕전도총회에서 축하 전보가 도착했다는 보고와 중국 관동교회에서 축하편지가 도착했다는 보고도 추가했다. 얼마나 감사했으면, 중국 산동성으로 선교사를 보내자고 결의했겠는가. 해외교회의 도움을 받지 말고 전국교회가 일 년에 한 주일을 정해서 연보하여 우리 손으로 조선의 목사를 선교사로 보내자고 결의했다. 식민지 백성이 되었으나 기개가 조금도 꺾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교회의 현실이 만만치 않다. 총회의 교세가 조금씩 줄고 있다. 국가의 형편도 20세기 초를 되짚어 보게 한다. 당당하게 독립된 교회로 총회가 설립되던 감격을 잊지 말자. 총회의 첫 순서로 일본교회 대표의 축하를 받은 열린 마음을 기억하자.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우리 총회를 손수 인도하심을 믿고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자. 하나님께서 우리 총회를 손수 인도하신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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