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거짓
[ 기자수첩 ]
작성 : 2019년 08월 26일(월) 02:56 가+가-
지난 25일 고 배민수 목사 51주기 추모예배가 일산 삼애교회에서 있었다. 5만 6000여 평의 너른 대지 위에는 아주 소박하게 세워진 교회를 제외하고는 푸른 잔디와 무성한 나무들만 가득했다. 화려한 건물도 이렇다 할 볼거리도 없는 그저 평온함만이 가득한 '자연' 그 자체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공원이나 녹지 같은 자연 공간이 충분하면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준다고 했다. 한 대학의 연구단체는 1인당 공원 면적이 10㎡ 증가할 때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3명씩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답답한 도시생활에 막혀있던 숨통이 '확' 트이는 느낌은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자연이 주는 힘이었다.

교인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는 개발 안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좋은 환경을 포기하는게 싫어요!". 그러나 같은 장소에서 만난 또 다른 누군가는 그랬다. "이 좋은 땅 놀려서 뭐합니까?"

삼애캠퍼스는 독립운동가이자 농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고 배민수 목사의 유족들이 배민수 목사가 일평생 실천하고자 애썼던 '삼애(三愛)정신'을 유지계승하는 조건으로 연세대학교에 기증한 땅이다. 그러나 연대 측은 "삼애캠퍼스 주변 지역이 도시화되어 농업교육 및 농촌진흥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의 대학 보유재산 재산세 부과가 진행되면 학교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에 삼애캠퍼스 개발을 통한 수익 창출로 대학 재정의 안정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삼애사업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개발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연대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애캠퍼스 개발을 추진해 2025년 경에 완료한다는 자체 플랜을 세우고 그 내용을 '삼애캠퍼스 Q&A'에 담아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삼애교회 교인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세금부과는 핑계에 불과하다. 실제로 법적인 자문을 구했다"고 반박했다. 최근 유족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연대측에 오는 10월까지 삼애캠퍼스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캠퍼스 개발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연대는 아파트 개발 면적은 전체의 49%만 진행되고 유족들의 뜻을 적극 반영한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면적이 49%든 80%든 개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학교가 삼애정신이 아닌 재산증식에만 관심을 쏟는다"고 비난했다. 또 "숨과 쉼이 있는 예배와 신앙공동체를 추구하는 삼애교회를 일반 상가교회 안으로 이전하겠다는 소리도 들었다"면서 "이것은 배 목사님의 삼애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다. 기가막힐 노릇이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연대 측에는 "말도 안되는 루머"라고 일축하고 있고, 삼애교회 교인과 삼애농업기술학교 졸업생 등 관계자들은 "연대는 거짓말 중"이라고 말한다. 이 와중에 총회는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누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오직 시간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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