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쉼, 그리고 사랑
기독교인과 쉼8
작성 : 2019년 08월 30일(금) 00:00 가+가-
직장인들의 여름휴가철이 끝나가고 있다. 치열한 직장에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휴가는 가슴 설레는 선물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휴가 기간에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행, 얼마나 기대했던 즐거움인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서울대 행복연구소장 최인철 교수에 따르면, 여행은 그 어떤 것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행복지수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일상을 떠남, 사람들과의 이야기, 천천히 걷기, 맛있는 음식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여행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스트레스로 충만한 직장에서 직장인들은 여행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치명적인 행복감에 젖어 들어간다. 필자도 직장을 다닐 때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해외로 나가는 계획을 세우고 돌아올 때까지 두 달 동안 마음이 들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여행에서 받은 행복감이 너무 컸던 때문일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휴가에서 돌아와 출근하려면 휴가 가기 전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포털사이트 조사 결과,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의 80.4%가 '휴가 후유증'을 앓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나게 놀다 직장에 출근하면 최소 며칠 동안은 무기력감, 업무의욕 상실, 체력저하, 피로감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주말을 보낸 뒤 찾아오는 월요병보다 그 강도가 세다.

직장인들은 휴가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 방법들을 찾는다. 단기대책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직장인들이 휴가 후유증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면 자신의 일과 휴가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피고용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직장은 자기 생존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들과 싸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보다는 제약이 더 많은 곳이라고 느낀다. 이웃보다는 원수 같은 경쟁자들이 훨씬 더 많은 곳이라고 여긴다.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많은 곳이라고 느낀다. 반면, 휴가는 비록 제한된 시간이지만 자기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것이라고 믿는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더 많다고 (또는 많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꼭 그럴까?

이러한 관점은 자기중심적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목적과 이유는 자신의 생존과 발전과 성취에 있다. 휴가도 자기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간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일과 휴가에서 직장인들은 진정한 만족과 쉼을 얻기 보다는 상처 받기가 쉽다. 직장에서는 상처받는 일에 너무 익숙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휴가는 정말로 일과 다를까?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즐거움을 만끽하기보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혹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갈등하거나 불만족하여 여행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휴가에서 쉼을 만끽하기 보다는 피곤만 가득 안고 돌아올 때도 있다. 일과 휴가에 대해 이처럼 자기중심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한, 직장인들이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휴가 후유증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휴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의 정글로 돌아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휴가에서 직장으로 돌아와 경험하는 정서적 충격이 만만치 않다. 휴가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일과 휴가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성경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가르친다(창 1:27~28). 사람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성품을 닮았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자기를 내어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이는 사람도 자기를 타자에게 내어줄 때 가장 사람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말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셨고,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요 13:34). 사람은 예수님처럼 타자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이 사랑에서 자신이 사람임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 사랑에서 나오는 행복감은 가정이나 친구 같은 사적인 관계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직장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목적으로 일할 때 직장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아무리 놀라운 성취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세상과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성취감은 포말처럼 금방 사라진다. 자기만족감은 표피적이고 순간적이지만, 사랑의 만족감은 깊고 오래 가는 법이다.

휴가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서로 긴장감을 해제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함께 손을 잡고 걷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을 마음껏 나눠주는 기회가 여행이다. 여행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대부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행복한 여행을 하려면 좋은 파트너가 옆에 있어야 한다.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이 아니라 정직하고 선한 상인들을 만나야 한다. 여행자는 자기만족이 아니라 타자만족에서 훨씬 더 많은 행복감을 얻는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말씀을 전하고 병을 고쳐주고 기도해주는 고된 여행에서 깊은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여행자는 타자 중심적인 여행에서 진정한 영혼의 쉼을 얻는다. 자기중심적 여행은 쉼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되기 마련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떠난 휴가의 즐거움이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 휴가에서 느꼈던 참된 쉼의 행복감을 바쁜 직장에서 틈틈이 떠올릴 수 있다면 일과 쉼이 더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은 놀랍게도 자기 성취나 만족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의 하나님을 닮아 살아가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 휴가 후유증은 비록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사랑을 위해 일하고 사랑을 위해 휴가를 간다면, 우리는 육체적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혼에 기분 좋은 쉼을 얻는다. 그리고 직장으로 돌아가 사랑으로 일하게 된다. 휴가 후유증은 곧 사라질 것이다.

이효재 목사/맑은물가온교회·일터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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