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음식(레 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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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08월 23일(금) 00:00 가+가-
화목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말은 '쉴라밈'인데, 완전과 평화를 뜻하는 '샬롬'의 어간이 들어 있다. 그래서 화목제를 평화의 제사로 부를 수도 있다. 화목제는 하나님과 사람의 수직의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의 관계에서 평화를 도모한다. 화목제의 제물은 소나 양이나 염소의 흠 없는 수컷뿐 아니라, 번제와 달리 암컷도 드릴 수 있었다. 레위기 7장의 화목제 규례를 따르면, 제물의 흔든 가슴과 등 우편 뒷다리는 제사장의 몫이 된다(7:34). 나머지 제물은 예배자의 몫으로 되돌려지고, 그는 가족과 이웃과 함께 잔치를 열어 함께 제물을 먹고 즐긴다. 이처럼 화목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예배하는 사람이 제물의 일부를 되돌려 받아,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잔치를 베풀고 기쁨으로 제물을 나누어 먹는 데에 있다. 그래서 주일 예배가 끝난 다음에 교회에서 점심을 먹는 것은 그저 주일 점심을 한 끼 해결하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배의 연장선, 아니 화목제의 예배 자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우들이 함께 음식과 삶을 나누며, 하나님이라는 같은 근원에서 온 형제요 자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예배에서 수직과 수평의 차원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화목제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화해를 가져오는 제사, 평화를 가져오는 제사이다(마 5:23~24).

번제와 화목제 사이에 있는 차이에서 볼 수 있는 화목제의 정신은 제물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번제의 경우에는 가죽을 제외한 모든 고기를 제단불 위에서 살라 하나님께 드려야 했지만, 화목제물의 경우에는 고기의 기름과 피만 불태웠다. 나머지 고기는 제사를 드린 사람과 제사장이 먹을 수 있었다(레 3:16~17). 백성들은 화목제물에서 기름과 피는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었는데, 기름과 피는 하나님께만 속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름에는 힘과 에너지가 들어 있다고 생각했고(겔 34:16), 피에는 생명이 있다고 생각했다(창 9:4~6; 레 17:12~14). 이스라엘 백성은 음식물을 먹으면서도 생명과 힘의 근원에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것은 힘에 대한 절제를 말한다. 또한 두 콩팥을 내장 등의 기름과 함께 드린 것은 이 부위가 사람의 여러 감정을 담는 기관으로 여겨, 제물을 드리는 사람의 뜻과 정성을 모아 드리는 의미가 있다.

화목제 규례는 사람의 먹을거리를 제한한다. 이것은 백성이 먹는 것을 통해서도 거룩함을 유지하기를 하나님이 바라신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날 가장 시끄러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살충제 달걀, 광우병, 메르스, 조류 독감 등의 먹을거리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을 도입하거나, 짐승들을 학대하면서까지 짐승들을 좁은 공간에서 공장식으로 대량 생산하고 학살한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친환경 농법과 유기농이 쉽지 않아, 생산성과 이윤을 높이기 위해 유해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일이 결국 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켜 사람을 죽게 만든다. 먹을거리에 제한을 두고, 힘과 생명의 원천을 침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오늘날 유전자 조작, 살충제 달걀 등에 암시하는 바가 많다. 하나님의 거룩함은 사람이 먹는 음식에도 적용해야 하고, 그럼으로 짐승과 식물을 비롯한 모든 피조물이 사람과 함께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바울 사도는 모든 피조물의 구원을 간구한다(롬 8:21~22).

화목제에 나타나는 중요한 표현은 레위기 3장 11절과 16절에 나오는 '하나님의 음식'이다. 말라기 1장 12절에는 '야웨의 식탁'이라는 표현이 나와 제단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음식'은 '제물'에 비해 매우 거칠고 조야한 표현이다. '하나님의 음식'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고백한다. 하나님은 백성과 함께 삶을 나누시는 분, 먹을거리도 함께 나누시는 분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레위기 21장 6절과 8절은 제사장이 거룩해야 하는데 하나님께 '하나님의 음식'을 드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거룩해야 한다면, 그것은 거룩한 시간에 거룩한 장소에서 거룩하신 하나님께 예배하기 때문이다. 거룩함이란 기본적으로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제물을 '하나님의 음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식탁에 하나님을 초대하여 하나님과 함께 나누어 먹고자 하는 백성의 갈망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음식을 생존을 위한 수단, 입을 만족시키는 도구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먹을거리는 하나님과 우리를 이어주는 생명의 끈이다. 하나님과의 화해와 사귐, 이웃과의 화해와 사귐은 음식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러한 하나님과 백성을 이어주는 연대 사상은 신약에도 나타나는데(롬 3:25; 요일 2:2; 요일 4:10),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하나님과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스스로 화목제물이 되셨다. 그리고 이러한 화목제는 예수님이 제정하신 성만찬과 그리스도의 피를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된다(마 26:17~19; 고전 11:25; 히 10:19).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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