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시대의 교회와 신앙인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19년 08월 12일(월) 00:00 가+가-
요즈음 마음에 크게 와 닿는 찬송이 있다. '내 기도하는 그 시간'이다. 특히 새벽 기도 중에 이 찬양이 생각난다. 이 찬송의 가사처럼 기도하는 시간이 참 귀한 시간, 좋은 시간, 그래서 가장 즐거운 시간임을 절감한다. 최근 들어 더 그렇다. 이를 달리 말하면 기도하는 시간 말고 다른 시간들이 버겁고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선을 다하지만 내 힘으로 되지 않고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위기다. 우리 모두가 위기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위기를 개인의 위기라고만 할 수 없다. 오히려 국가적 세계적 위기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충돌하고, 갈등이 불거진다. 국가와 국가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한 국가 혹은 공동체 안에서도 뚜렷한 전선이 형성된다.

지금까지 위기의 시대마다 교회는 희망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어두워진 때라도, 아니 어둠이 짙어져 앞이 보이지 않고 세상이 살 맛 나지 않을 만큼 부패하고 캄캄할 때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는 소금과 빛이 되려고 발버둥쳤고 그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도 위기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간다. 그러니 근본적이며 치명적인 위기다. 교회가 짠 맛과 빛 됨을 잃어버리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의 구성원인 신앙인들이 신앙인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자기 소견대로 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 등의 위기와 그 원인을 지적하고 비판하기에 앞서 신앙인으로서 우리 자신을 먼저 살펴야 한다.

성경은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죄'와 '자유의 오남용'을 지적한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의 은혜를 체험한 이들은 자유인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율법과 죄로부터 자유를 얻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스도인과 공동체가 각자의 책무에 충실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사하신 자유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신앙공동체가 여전히 죄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말한다. 죄는 자유를 남용하고 책임을 방기하게 한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 또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일그러뜨린다. 자유를 명분 삼아 사익을 추구하고 하나님의 이름 대신 자기 이름을 낸다.

이러한 죄가 공동체 안에서 작동하게 된다면, 그리스도인들은 말씀의 권고를 들어야 한다. 이 권고는 부드러운 것 같지만 강력한 권고이다.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바로 잡고…"(갈 6:1 상) 그렇다. 바로 잡아야 한다. 하나님이 세우신 공동체를 허물어뜨리는 행위는 바로 잡아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물론 온유하게 해야 한다. 바로 잡으려는 자도 자기를 살펴야 한다. "너 자신을 살펴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갈 6:1 하) 자신이 먼저 성령과 동행하며 성결하고 겸손한 삶을 살도록 힘쓰고, 그런 가운데 온유한 심령으로 바로 잡아야 할 이들을 붙들어줘야 한다.

죄의 유혹은 교묘하고 지속적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우리를 죄에서 자유하게 하셨다. 큰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값비싼 은혜다. 우리는 일만 달란트 탕감받은 자와 같은 이 은혜를 잊을 수 없다. 그 사랑과 은혜를 새길 때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다시 한 번 희망을 말할 수 있고 책임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성경은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 즉 값비싼 은혜로 자유를 얻은 신앙인들 모두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 6:2)

이제 우리가 응답할 때이다. '나의 짐은 무엇일까?'

임성빈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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