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성육신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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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08월 14일(수) 00:00 가+가-
요즘 상영 중인 어느 영화. 왕이 신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우제를 올린다. 그 옆에서 제사장(?) 같은 사람이 축문을 낭독한다. 축문이 온통 한자어다. 그걸 듣고 있던 왕이 버럭 역정을 내며 판을 엎어버린다. "우리말로 해라! 신도 어려워서 못 알아듣겠다!"

기독교의 교과서는 성경(Biblion)이다. 성경은 여러 저자들이 쓴 책(書)을 집대성한 것이다. 구약은 BC 1500~400년 사이에 히브리어로, 신약은 예수님 승천 후 AD 60년 전후에 헬라어(그리스어)로 쓰였다. 그리고 AD 90년에 구약 39권이, 397년에 신약 27권이 정경(正經)으로 확정됐다. 여기에서 제외된 것이 외경(外經), 가경(假經)이다.

성경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첫째, 양이 엄청나다. 둘째, 저자가 여러 사람인 데다 주제가 광범위하다. 셋째는 등장인물이 많고 사건들이 방대하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전체를 다루고 있어 넓고 깊은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이 성경이 우리에게도 전해져 1900년 신약전서, 1911년 구약전서가 본격 발간됐다. 우리말과 우리글에 이어 우리말 성경은 큰 은혜다. 1938년 지금 우리가 쓰는 개역성경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이 성경은 100년 전 당시 우리말에 뿌리를 두고 있어 한자어가 많고 고어체(古語體)다. 인명, 지명, 나라 이름 등 고유명사들도 학교 세계사 시간에 공부한 것과 다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3년 원어 번역서인 새번역(표준새번역) 성경을 펴냈다. 그러나 우리 어법에 맞춘 새번역은 표현이 점잖지 못하다, 성경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며 강단에서 거부당했다. 성경이 과연 강단용인가? 그런 개역성경이 이제는 쉽고 짧은 걸 선호하는 젊은 세대로부터 갈수록 외면당하고 있다.

구약은 이스라엘 언어로 쓰였지만, 신약은 당시 국제 공용어인 헬라어로 쓰였다. 그 덕분에 우리에게까지 복음이 전해졌다. 소통을 잘 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소통하시기 위해 우리의 모습으로 우리의 언어와 문화 속에 오셨다. 이것이 성육신(成肉身) 소통이다.

전도나 교육은 성육신 소통이어야 한다. 상대방의 주파수에 내 다이얼을 맞춰야 한다. 비신자, 새신자, 다음 세대에게 어려운 성경을 그대로 가르칠 것인가? 뜻도 모르는 구절 암송시키려 하지 말고, 우선 교회학교만이라도 새번역 성경을 사용하자. 서둘러 더 쉬운 성경, 영상 성경도 펴내자. 교과서가 너무 어렵다.

이의용 교수/국민대·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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