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대신, 교회 농활 떠나요
작성 : 2019년 07월 31일(수) 00:00 가+가-

차동감리교회에서 브라켓을 벽에 설치해 스피커를 달고 있는 봉사단의 모습.

농활팀장 조성준 집사는 본부를 지키며 봉사팀이 필요한 것들을 공급한다. 교회 현장에서 스피커를 벽에 달고, 장비를 매만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하다.
"떠나자, 산과 바다로!" 일상에 지친 마음이 두근대기 시작하는 휴가철이다. 여름휴가는 직장인들에게 '일년지대사'다. 누군가는 평소 소원해진 가족과 추억 만들기를 기획하고, 또 다른 이는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의 교감을 꿈꾼다.

쉼과 재충전의 기회인 휴가를 반납하는 것도 모자라 가족을 뒤로한 채 홀로 산간벽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챙겨든 것은 물놀이 용품도, 캠핑 장비도 아니다. 각자 차량마다 몽키, 스패너, 펜치, 소켓, 스크루, 렌치, 색색가지 전선과 케이블은 물론 마이크, 스피커가 빼곡하다.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이들은 교회음향엔지니어 봉사단이다. 1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도 직업도 제 각각인 이들의 공통점은 교회 방송실이나 찬양팀에서 봉사하며 음향장비를 '좀' 다뤄봤다는 것이다.



이번 서산 농활봉사에 참여한 40여 명의 참가자들.
휴가철마다 떠나는 농활



"올해도 가족과 여름 휴가를 보내지 못하니, 아내가 '또 가냐'며 서운해 하더라구요." 이번 여름도 아빠 없이 휴가를 보낼 가족을 떠올리니, 농활팀장 조성준 집사(창신성결교회)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자원하는 사람이 없어 2년째 팀장직을 맡았을 뿐"이라며 본부에서 대기하며 봉사단을 지원하는 것 보다 현장에서 뛰고 싶단다. 조성준 집사는 봉사자들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음향기기 봉사활동은 사전 기획 과정에 발품이 많이 든다. 지난 4월 기독교연합회를 통해 지역 교회에 공문을 배포하고 음향기기가 고장났거나 장비가 열악한 농촌교회의 신청을 받았다. 6월에는 사전답사를 진행해 신청한 교회들을 일일이 방문해 교체할 장비 리스트를 작성하고 미리 장비를 구입했다. "준비할 것도 많고, 가족들도 그만 가면 안되냐고 말리기도 하지만, 봉사 활동 중 만난 목사님께서 '기도 응답을 받았다'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내년에도 또 와야지 다짐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어진 봉사활동이 11년째다.

중대형 교회의 경우 대부분 방송실을 갖출 정도로 교회에서 음향장비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설교 내용이 성도들의 귀에 정확히 전달되기 위해서, 반주와 찬양소리가 잡음 없이 아름답게 울리기 위해선 음향장비가 제대로 작동해야 가능하다. 음향장비는 교회의 필수 품목이자 은혜로운 예배를 돕는 일등 공신이다. 열악한 농촌 교회들은 음향 장비가 고장나거나 성능이 떨어져도 손댈 엄두를 못낸다. 음향장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작동 범위는 목회자가 온오프 버튼만 누르는 정도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교회음향엔지니어들이 카페(cafe.daum.net/churchsound)를 만들고, 2007년 농촌교회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서산이다



이번 여름 농활은 충남 서산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서산교회(장상철 목사 시무)를 베이스캠프로 삼은 봉사단은, 3박 4일간 5개 조로 나뉘어 서산 곳곳에 퍼져 있는 농촌교회를 찾아갔다. 하루에 4~5개 교회를 방문해 믹서를 조율하고, 노후된 장비와 선을 교체했다. 각 조는 아침 일찍 배당 받은(?) 교회로 5~6명이 한조를 이뤄 출발했다. "1조 팀장 OO집사님, OO교회 앰프가 고장났습니다. 잊지 말고 교체해 주세요!" "OO교회 스피커에 잡음이 심합니다. 뭐가 문제인지 살펴봐주세요." "스피커가 준비해온 갯수보다 더 필요한데, 택배 주문 넣어주세요." 조성준 집사는 각 조의 팀장들에게 미리 파악한 교회의 요청을 숙지시키고, 팀장들이 현장에서 급히 요청하는 물품들은 택배로 신속히 주문한다. 음향전문회사에서 일하는 2~3명을 제외하면, 봉사자 대부분이 비전문가지만 각자의 경험을 살려 교회 음향장비를 점검하고, 조율하는 데 혼신을 다한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묻고 배워가며 진행한다.

이번 서산 농활봉사에 참여한 40여 명의 참가자들.
청년들에겐 체험 현장



봉사단원 김진원 집사(주사랑교회)는 한동대학교 청년들과 함께 차동교회 음향장비들을 점검했다. 바닥에 나뒹굴던 스피커는 양쪽 벽을 뚫어 거치대에 고정하고, 노후된 마이크 선을 교체하니 청아하고 깨끗한 음질이 예배당을 채운다. "얘들아, 브라켓 좀 갖다 줄래?" "수평계도 부탁해!" "그라인더는 누가 챙겼지?" 청년들은 수 십 종의 다양한 공구가 든 가방에서 팀장이 부르는 대로 척척 공구를 집어 건넨다. 하루 4~5개 교회를 방문해 음향장비 교체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손발이 잘 맞는다. 고등학교에서 음향을 전공하고 있다는 이창현 학생(남원영광교회, 고2)은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번 농활에 참여하게 됐다. "홈레코딩 기기만 조정해 봤는데 팀장님이 직접 설치하는 것을 보니 너무 신기하다"며 사춘기 소년답게 수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한동대 교회음향 엔진니어 리더의 권유로 함께 왔다는 방선기 학생(한동대)은 "학교 찬양팀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 농촌교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도구를 챙겼다. 공사를 마친 후 봉사단은 예배당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봉사단은 2층 예배당에 올라올 수 없는 장애 교우나 어르신들이 1층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TV와 음향장비를 연결하고 나서야 다음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국 방방곡곡 찾아갑니다



순천, 점촌, 예산, 태백, 포천, 제주, 진도, 울릉도, 중도, 고성, 영동옥천…. CSE 교회음향엔지니어(대표:윤한진) 농활봉사단이 2007년부터 찾아간 지역들이다. 봉사단은 초교파적으로 매년 30~35개 교회를 방문한다. 봉사활동 참가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한다. 재정규모가 넉넉한 교회의 경우 음향장비와 관련된 컨설팅을 해주고, 열악한 농촌교회에는 장비를 무료로 공급해준다. 그러다 보니 매년 장비를 구입하는 데 5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되고, 재정마련이 큰 숙제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련한 회비와 봉사단의 참가비, 일부 음향기업들의 물품 지원으로 충당한다. "늘 재정마련으로 걱정이 앞서지만,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경비가 채워져 농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조성준 집사의 고백이 한여름 무더위보다 뜨겁게 느껴진다.

"열악한 농촌교회가 은혜로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매년 여름 음향기기를 점검하고 수리하고 교체하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달콤한 휴가 대신 뜨거운 휴가를 보내는 이들의 고백이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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