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이슈…사립학교 존립 가능성의 문제
'기독 자사고 재지정 취소,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대토론회
작성 : 2019년 07월 19일(금) 17:46 가+가-
전국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대한 교육부의 동의 혹은 부동의 판단 절차가 남아있는 가운데, 현재 자사고 이슈는 '자사고 대 일반고'의 대립 문제가 아니라 사립학교의 존립 가능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평준화 이후 시작된 사립학교의 준공립화 문제가 결국 기독사학들이 자사고를 선택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독자사고 6개교 중 4개 학교가 재지정 취소된 것은 기독자사고의 존재 위기라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기독 자사고 재지정 취소,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자사고 이슈를 한국의 사립학교가 직면한 심각한 정체성 위기로 이해하고, 사립학교의 준공립화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독자사고가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입시명문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건학 이념의 구현과 충실한 기독교교육이기 때문이었다. 일반고에서도 그러한 교육이 가능할 수 있다면 굳이 자사고를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 대안으로 "일반고 내에서 종교계 학교의 선지원이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체 고등학교 가운데 종교계 학교를 전기선발학교로 지정하고 종교적 인성교육을 포함한 종교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먼저 선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자사고 폐지나 존치의 문제가 정치적 공약 이행의 문제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다른 분야와 달리 교육 분야는 지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며, 정책의 변화를 기하더라도 어떤 정치적인 성향이 아닌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계획, 추진돼야 한다"며, "교육정책은 여론에 의한 결정이나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방식이 돼선 안되고, 정파를 떠나 국민의 대표들이 진지하게 논의하여 입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재지정이 취소된 안산동산고등학교 조규철 교장이 발제자로 나와 재지정 평가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조 교장은 "자사고로 전환하기 위해 교사 96%, 학생 93%, 학부모 100% 그리고 법인이사회 동의를 얻었고, 당시 평가위원 12명 중 10명의 찬성으로 지정됐는데도 불구하고 폐지에 있어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와 상관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 교장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치 않은 공통지표가 사용돼 전문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하며, "의도되고 계획된 '기획평가'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대표는 "경쟁과 선발의 그릇에 담아 교육을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모욕적인 일"이라면서, "일반고와 자사고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 됐다. 재지정 평가보다는 제도를 어느 시점에 일몰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종립 자사고를 위해서 회피권 부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광고등학교 교목 우수호 목사는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말의 의미는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 교육의 내용이나 철학까지 결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육과정이나 철학은 학부모와 학생이 선택하되 그것을 위한 비용과 필요한 지원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여야 한다"면서, "자사고 제도의 존속 여부는 국가가 강제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사고 폐지가 확고한 철학이라면 시간이 걸려도 공감을 만들어내면서 교육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자사고의 얘기도 들어주며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깊은 철학으로 교육을 개혁하고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전국에 있는 전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의 수는 42개로, 이중 올해 평가대상이 된 학교는 24개교다. 자사고는 전국형과 광역형으로 나뉘고 선발방법도 다르다. 8개의 전국형 자사고 중 1개교가 지정취소 평가를 받았고, 서울, 부산, 경기 등 지역에 있는 광역형 자사고 16개 중 10개가 재지정 취소를 받았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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