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작성 : 2019년 07월 17일(수) 00:00 가+가-
독일에서 목회하면서 힘든 일은 불쑥 찾아드는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다. 친구나 동료목회자들과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 음식을 먹고, 명절이면 친지들이 모여 성묘나 세배를 하고,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 책 구경 실컷하던 시간들, 월요일이면 아내와 극장을 찾아 조조영화를 보던 일 등 그저 평범했던 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그리움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무리를 해서라도 2~3년에 한 번은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한국을 찾았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감동을 식구들 모두가 잊지 못한다. 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면서 뿌연 대기를 바라보며 "한국에 왔다!"고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짜장면에 수저를 대면서 "바로 이 맛이야!"라며 감탄했고, O마트를 둘러보며 "와!"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정작 한국에서 살 땐 사먹지도 않았던 과자나 음료, 라면류를 서로 집어 들었다.

독일에 사는 우리 교인들에게 영적인 건강과 함께 정서적인 건강도 잘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쉽게 고국 소식을 접하고, 카톡이나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이것이 없던 예전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선 선배 선교사님들이나 목사님들을 떠올린다. 쉽지 않은 생활과 사역들을 외로움 속에서 어찌 감당하셨을까?

이번이 필자의 마지막 연재 글이다. 무엇보다 '함께함'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필자와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먼저는 식구들이다. 서로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 아내는 가장 긴밀한 동역자이다. '교회오빠'로 성장하는 두 아들도 믿음 안에 제 길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본다. 각자 나름대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하나님께서 특별한 은총으로 그들의 앞길을 책임져 주신다.

다음은 동료 선후배목사님들이다. 원고를 부탁받았을 때, 약간 주춤했다. 유럽과 독일에서 20년 넘게 사역하시는 선배님들이 계신데, 내가 독일목회를 말해도 될까 하는 조심스러움 때문이었다. 특별히 우리 교단 목사님들은 어디에서나 반듯하게 목회와 사역의 정도를 걷는다. 1년에 한 차례 예장유럽선교회의 선교대회가 열린다.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각자의 사역지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선후배목사님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때 자녀들도 MK수련회를 갖는데 부모들 앞에서 힘찬 율동과 함께 찬양발표를 할 때면 다들 얼굴은 환히 웃음짓지만 눈시울을 붉히며 마음 깊이 운다.

독일선교사회 목사님들의 모임도 참 좋다. 전반기에는 남북으로 나뉘어 모이고, 후반기에는 전체로 모인다. 다들 사역지를 떠나 시간 내서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1박 2일 모임이다. 서로 공감하며 격려하고 어려움을 나눈다. 밤 깊도록 대화는 끝날 줄 모른다. 교회나 목회자와 관련하여 더욱 까다로워지는 독일 법규정이나 한인교회의 상황들에 대한 정보교환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선배목사님들은 그야말로 버팀목이다. 자존심도 내려놓고 오랜 세월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분들이다. 존경스럽다.

목회를 돕는 부교역자들도 큰 힘이다. 독일한인교회들은 부교역자를 구하기 어렵다. 전임 부교역자는 재정부담과 비자관계로 거의 세우지 못한다.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는 튀빙엔대학교에 유학 온 신학생들을 교육담당 교역자로 세우고 있다. 우리 교단 목사님들 4명과 타교단 전도사님 1명이 부교역자로 함께 동역하고 있다. 덕분에 교회학교 부서들과 청년부가 날마다 부흥하며 하나님 나라의 일군을 키우고 있다. 참 고마운 동역자들이다.

마지막으로 교인들이다. 요즘은 8월에 있을 케냐선교비전트립 준비가 한창이다. 44명의 팀원이 시간과 물질과 정성을 쏟아 준비하고 있다. 교인들 모두가 기쁨으로 선교바자회와 선교헌금과 기도에 동참하니 교회가 들썩거린다. 그들의 헌신이 너무도 귀하고 감사하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고마운 동역자들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기억한다. 결국 하나님께서도 사람들을 통해 더불어 일하신다.

김태준 목사/독일남부지방한인교회담임목사,총회파송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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