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성범죄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됐을 때 어떻게 할까
작성 : 2019년 07월 15일(월) 00:00 가+가-
"요즘 TV에서 성범죄에 대한 기사를 보면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더라구요.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목사님 말씀처럼 가해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만약 내 아이가 사건의 당사자가 됐을 때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세요."

요즘 부모 세미나에서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다. 내 자녀가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고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긴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긴 하다. 이 일을 하면서 그동안 정말 많은 부모님들을 만났는데 자녀가 피해를 입었든지, 입혔든지 항상 동일하게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바로 내 자녀가 이런 일을 겪게 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먼저 내 자녀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가해자가 됐을 때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나누고 싶다. 예전에 가해자 부모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TV에 내가 출연한 것을 보시고 해당 방송국에까지 연락을 하셔서 내 번호를 물어서 전화를 하셨다. 자녀에 대한 실망감과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동시에, 그럼에도 문제제기를 하는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자녀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우선 우왕좌왕하는 마음을 진정시켜드리고 본인들이 어떻게 하면 되겠냐는 질문에 아주 말하기 어려운 조언을 해드렸다.

"자녀를 사랑하시죠?"

"네 그럼요!"

"그렇다면 자녀의 잘못을 무조건 인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따끔하게 훈계하셔야 합니다."

"그 다음은요?"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을 마땅히 받도록 내버려 두세요."

"아…"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면 자녀가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 어떤 경우에라도 이 사건에 있어서는 자녀의 편을 들지 마세요. 단, 자녀가 이 일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그래서 처벌을 받은 이후에 다시 새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전보다 더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안아주세요. 잘못한 부분은 따끔하게 충고하시고 훈계하시되 이 일로 인해 남은 삶의 전부가 무너지지 않도록 보듬어 주세요."

정말 어려운 상담이었다.

내 자녀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어떡해서든 자녀를 지키고 싶은 것이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어떤 경우에라도 자녀가 이렇게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그 행동에 대한 처벌을 받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것이 진짜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자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아...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지!'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만약 부모님이 내 자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녀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앞장서서 변호하고 면죄부를 주려고 하면 '아... 이것 봐. 내 잘못이 아니라니까? 내가 이 정도의 일을 저질러도 우리 부모님은 역시 내 편이구나! 다음에는 안 걸리도록 더 조심해야겠다!'는 잘못된 생각만 심어줄 뿐이다. 이건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망치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내 자녀가 피해를 입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하는 내 아이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무너지실 것이다. 손발이 떨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질 수 있다. 곧이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당장이라도 가해자와 그 부모를 찾아가서 엎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물론 가해자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내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다!

이 일로 인해서 가장 많이 아프고 상처받은 사람이 누구일까? 피해를 입은 내 아이다. 아이가 피해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가장 먼저 손을 꼭 잡고 따뜻하게 안아주셨으면 좋겠다.

"니가 잘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니야. 엄마 아빠한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내 새끼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니. 그래도 나쁜 마음 먹지 않고 이렇게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이제 엄마 아빠랑 함께 하자!"

내가 피해자 친구들을 만나면서 너무나도 가슴 아팠을 때가 언제냐면, 부모님이 피해사실을 알고 나서 오히려 피해 입은 자녀에게 욕을 하고 다그치셨을 때이다. '도대체 니가 평소에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이런 일을 당해? 그래서 엄마 아빠가 그러고 다니지 말랬지? 내가 언젠가는 너 그런 일 있을 줄 알았다!' 피해를 입은 자녀를 보고 안타깝고 속상해서 나도 모르게 화나서 한 말이라 할지라도 이런 말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 부모님의 이런 감정적인 말 때문에 우리 자녀들이 2차, 3차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자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부모님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자녀보다 더 슬퍼하고 무너지는 부모님들이 있다. 이것 또한 자녀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모님은 자녀에게 안정적인 울타리의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자녀가 피해 입은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무너지겠지만 되도록 자녀 앞에서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말길 부탁드린다. 자녀의 상처받은 마음을 더 보듬어 주시고 듬직하고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서 그 곁에 있어 줘야 한다. 부모님이 더 아파하고 상처받는 모습을 보이면 정작 아이들은 마음 놓고 부모님 앞에서 펑펑 울 수도,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다.

피해 입은 내 아이의 마음을 먼저 돌봐주는 것! 이것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

정혜민 목사/브리지임팩트 성교육상담 센터장·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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