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가 모색하는 21세기형 교회
[ 주필칼럼 ]
작성 : 2019년 07월 09일(화) 10:00 가+가-
20세기 말 서구교회의 교세 변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서구 기독교국가의 몰락, 1750~2000 (The Decline of Christendom in Western Europe, 1750~2000)'의 공동편집자인 영국 버밍험대학교 베르너 우스트로프(Werner Ustrof) 교수의 연구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스트로프 교수는 1970년대 이후 영국교회 주일예배 출석교인이 매년 5%의 비율로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10년이면 교인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율이다. 70,80년대 통계를 분석한 결과인데 90년대에도 비슷한 비율로 교세가 감소했다. 현재는 주일예배 출석교인이 전성기의 10~15% 정도에 불과하다고 여겨진다.

교회사가 라투렛은 19세기를 '선교의 세기'라고 불렀다. 19세기 서구교회는 세계선교에 헌신했다. 영국만이 아니라 유럽 교회나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등의 교회가 모두 선교열로 불탔다. '금세기가 다 가기 전에 세계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슬로건도 유행했다. 그러나 오늘날 서구교회는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30년 이상 지속된 교인 감소는 치명적인 교세약화를 초래했다. 교인 노령화 현상까지 겹쳐서 현저하게 지도력이 약화되었다. 문을 닫는 교회들이 끊이지 않고, 해외로 선교사를 보내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세계선교는 정부의 자금으로 제3세계에서 지역사회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교세약화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선교적 교회', 혹은 '선교지향적 교회' 담론이 대두되었다. 양자는 '선교를 교회의 본질로 삼는 교회', 혹은 '선교를 하나의 사명으로 삼는 교회'로 구분할 수 있으나, 선교열을 고양시켜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교회와 선교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따라 강조점이 다를 뿐이다.

담론의 발달에는 인도선교사 출신 영국 선교학자 레슬리 뉴비긴의 선교신학의 영향이 컸다. 1998년 북미에서 '선교적 교회: 북미에서 보내는 교회를 향한 비전'이라는 책이 출판되었고, '선교적 교회 세우기'(2006), '상황 속에서 보는 선교적 교회'(2007) 등의 연구도서가 줄지어 출간되었다.

최근 국민일보가 몇 단체와 함께 포럼을 열고 이러한 노력을 소개했다. 서구교회가 시도하는 '새로운 교회의 존재양식'에 대한 포럼이었다. 영국 성공회의 FX사역(Fresh Expressions of Church)이 그것이다. 필립 포터 사제와 마이클 모이나 박사가 교세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영국교회의 노력을 소개했다.

포터 사제는 영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구 문명의 변화로 인해서 주간 중의 삶의 패턴과 사람들이 서로 사귀는 방법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에 대해서 무지하고 교회의 전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 묻는 영적인 갈증이 여전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교회의 신선한 표현', 곧 FX사역은 카페나 취미그룹, NGO 활동처럼 작은 규모로 단순하게 시작해서 점차 교회를 개척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영국 내에 2,000여 개의 FX그룹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FX사역이 전통적인 교회나 교회의 전도사역, 혹은 선교를 대신할 수 없다. 21세기 사회가 전통적인 가치관을 벗어나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하나의 대응이다. 현대사회의 변화로 인한 도전에 대한 응전방식의 하나인 것이다.

한국교회나 동아시아의 교회도 30년 뒤에 서구교회를 뒤따라가고 있다. 사회 발전에 따른 거센 파고가 밀어닥치고 있다. 교회나 종교공동체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공동체들이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교회가 우리보다 10여 년 앞서서 겨울을 맞이했고,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중국의 서해안 대도시들이 모두 유사한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서구는 나라와 교회마다 차이가 있으나 영국교회의 FX사역과 같은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서구교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한국식 대응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면서 동시에 향기로운 예물을 하나님께 드리기에 힘쓰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변창배 목사/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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