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
[ 땅끝편지 ]
작성 : 2019년 07월 09일(화) 00:00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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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청중석을 가득 채운 GIO찬양집회 모습.

독일 한인목회자로서 필자가 독일교회와 한인교회들을 보면서 점점 드는 확신이 있다. 소리를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는 기도소리와 찬양소리가 넘쳐나야 한다. 교회의 생명력은 이 소리에 있다. 필자 역시 목회의 여정 속에 이 소리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대부분 한인교회들은 독일교회 건물을 같이 사용한다. 독일교회를 들어가면 일단 분위기에 압도된다. 오래된 교회들은 고풍스럽고, 모던한 건물들은 단단하게 잘 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과도 같다. 무엇보다 교회마다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다. 그 교회에 알맞게 주문제작된 것이다. 예배 때에 울려나는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장엄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이다. 아주 작게 울려나는 교인들의 찬송소리는 오르간소리에 묻혀버린다. 예배인도자가 찬송을 인도하지도 않고 자리로 돌아가 앉아서 부른다. 단성부 멜로디를 정확하게 부르는 이들도 많지 않다. 결국 예배가 힘이 없다. 예배의 공간이 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소위 하드웨어는 좋은데, 소프트웨어가 약하다.

독일문화에 익숙해진 한인교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소리 내서 기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조용한 기도만 고상하게 생각하였다. 박수치거나 손을 들고 찬양하면 어석해 하였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들 내면에 자리한 뜨거운 신앙생활에 대한 갈망이 보였다. "성경에서 기도는 대부분 부르짖는 기도이다. 히브리어로 '부르짖다'는 차아크인데, 입을 쫘악 벌리는 것"이라고 설교했다. 초기에는 거부감도 있었지만 교인들은 점차 소리 내서 기도하기 시작하였고, 힘차게 찬양하며 손들고 박수치고 찬양하게 되었다. 그 소리들이 점점 커져 예배당을 채우기 시작할 때 교회는 역동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찬양팀과 찬양대의 찬양도 더욱 은혜가 넘쳤고, 새벽기도회와 수요예배 때 소리쳐 기도하는 교인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슈투트가르트 지역교회는 독일 프리덴스교회와 건물을 함께 사용한다. 독일교회들은 교인수 감소로 목회자 수급을 축소하며 교회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프리덴스교회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어 다시 건축되었기 때문에 모던한 건물이다. 몇 년 전에 슈투트가르트대학교 건축학과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작품 공모전이 있었다. 프리덴스교회가 인근 교회와 통합되면 이 건물을 다른 용도로 어떻게 사용할지 주교회가 의뢰한 프로젝트였다. 어린이실내놀이터, 다종교센터, 행려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센터, 음악당 등등 다양한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교회건물을 교회로 남기셨다. 십여 년 전부터 시작된 독일교인들의 찬양모임과 부흥하는 우리 한인교회 때문이다.

예전 한국교회에서도 경배와 찬양모임들이 생겨났듯이, 독일교인들 몇몇이 가스펠찬양을 함께 부르며 매주 모임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어마어마한 찬양집회가 되었고, 이 팀을 위해 월 1회 저녁찬양예배가 Gospel Haus라는 이름으로 드려지게 되었다. 교회좌석 800석이 넘친다. 찬양팀원만 17개국 출신들로 400여 명이나 된다. 정기적으로 찬양공연도 하고, 규모있는 집회에 초청도 된다. 슈투트가르트 동쪽에 위치해 있기에 이 찬양팀을 GIO(Gospel im Osten)라고 한다. 주교회와 슈투트가르트교회협의회의 자랑이 되어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덕분에 사라질 뻔한 예배당에 아주 좋은 음향과 조명시설이 새롭게 설치되었다. 프리덴스교회와 GIO 그리고 우리 한인교회는 '한 지붕 세 가족'이 되어 살아남았다.

한 축을 맡고 있는 우리 한인교회는 무엇보다 기도소리로 예배당을 채운다. 이것이 한인교회의 존재이유이다. 흩어진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을 통해 하나님은 한국교회의 장점인 기도소리와 찬양소리를 확장시켜 나가신다. 시편의 고백들처럼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소리쳐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현장 속에 하나님께서 교회를 부흥케 하신다. 교인들의 기도소리가 넘치고 찬양소리가 가득한 교회 속에 오늘도 목사는 힘차게 말씀소리를 드높인다.

김태준 목사/독일남부지방한인교회·총회파송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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