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를 남긴 원로목사의 고별설교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19년 07월 08일(월) 00:00 가+가-
종교개혁 100주년을 보내면서 한국교회는 많은 진통을 겪어 냈고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별히 가장 건전하다는 우리 교단에서 이런 진통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교단이 사단의 세력을 물리치는 여력까지 잃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제 필자도 목회의 정년을 앞에 두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기우일까? 장마철에 마실 물이 없듯이, 요즘 문제 없는 교회의 선배 지도자를 찾아 존경과 가르침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제가 되고 있는 교회들의 중심에 원로목사라는 어른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원로들에게는 물질, 후계구도, 그리고 예우에 대한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필자의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랜 세월동안 필자의 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던 문제 중심에도 원로목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의 원로목사였던 박맹술 목사님이 86세에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 암으로 힘겹게 투병하는 원로목사께 간곡한 부탁을 드렸다. "목사님은 우리교회와 40여 년을 함께 하셨기에, 목사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꼭 고별설교를 하셔야 합니다." 원로목사님도 그 말씀을 기다리셨는지 그렇게 하겠다고 허락하셨다. 드디어 원로목사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하시는 고별설교 시간이 되었다. 몸이 허약해서 강단에 서지도 못하시고, 응접세트 탁자를 놓고 소파에 앉아서 행하는 고별설교였다.

고 박맹술 원로목사의 고별설교 요약이다. "저는 우리 대봉교회와 더불어 40여 년을 목회했고, 우리 교단 총회장을 지냈고, 한기총 초대 대표회장을 지냈습니다. 어느 날 우리 주님께서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저를 이끄시고 천국으로 향하시더니, 천국에서 제가 거할 처소를 상급으로 보여 주시겠다 기에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40년을 목회하고 우리 교단 총회장을 지낸 제가 천국에서 거할 처소가 어딘지 아십니까? 남미에 있는 이과수폭포 옆에 있는 개집과 같은 판자 집입디다. 제가 너무 억울해서 우리 주님께 항변했죠? 억울하다고요. 우리 주님의 대답입니다. '너는 내가 받을 영광을 이 땅에서 다 받고, 내가 받을 대접 다 받고, 네가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한 일이 무엇이냐?'는 주님의 음성이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믿음으로 구원을 받지만 천국의 상급은 우리가 이 땅에서 주님을 위해서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고전 3:8)' 받습니다. 우리는 상급받기 위하여 이 땅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고별설교를 하신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더운 7월에 원로목사님은 천국으로 향하셨다. 그러나 우리 원로목사님은 천국에 가시기 전에 교회에서 예우로 해 드렸던 사택과 전 재산을 교회에 헌납하고 가셨다. 물론 그 혜택을 후임자인 필자가 누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원로목사께서는 당신과 문제가 되었던 교우들을 한 사람씩 다 침상으로 불러 당신의 실책에 대한 용서를 구하면서, 그 교인의 성품과 비슷한 성경 인물의 이름을 하나씩 선물하시고, 후임자 목회자를 도우라는 유언의 말씀까지 덧붙이셨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86세의 원로목사가 병상에서 용서를 구할 때, 눈물을 흘리지 않고 받아들이지 못할 교인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원로목사께서도 제가 후임으로 부임하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셨는데, 원로목사의 고별설교 이후로 필자의 목회는 탄탄대로가 되었고, 어느새 필자도 은퇴를 앞둔 원로가 되어가도 있다.

성경에도 천국의 상급으로 의의 면류관, 생명의 면류관, 자랑의 면류관, 영광의 면류관이 기록되어 있는데 교회의 지도자들만이라도 이 면류관을 받기 위해서 욕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을까? 그리해서 후임목사가 원로목사를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7월이 되면 15년 전에 천국가신 우리 원로목사님이 생각나면서 후임목사의 가슴이 저려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박희종 목사/대봉교회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