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거주하는 선교사
[ 좌충우돌 유튜브도전기 ]
작성 : 2019년 07월 03일(수) 17:09 가+가-
<4>
# 신학과 삶의 간극을 메우는 삶의 이야기에 대한 고민

"저는 유튜브에서 전목사TV 채널을 운영하는 전수희 목사입니다."

언제쯤이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작년 이맘때쯤 개인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교회에 말하지 못했다. 몇몇 지인들에게만 "무음으로 하고 클릭만 해줘! 영상은 보지 말고"라고 소심하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얼마 전에야 가족들에게 유튜브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유튜브가 대세이기는 한가보다. 가족들 모두 당연히 유튜브를 해야 한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교회에도 어렵게 말을 꺼냈다. '교회 사역을 열심히 해야지 그런 걸 왜 하냐고 하시면 어쩌지'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부서 선생님들은 물론 담임 목사님도 잘 생각했다면서 격려하고 응원해 주셨다. 게다가 지난 주에는 주변 지역의 담임 목사님들이 모이는 세미나의 강사로 초대해 주시기도 했다. 강의 주제는 '유튜브와 선교'였는데, 참석하신 목사님들이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한 사역의 필요성을 공감해 주신 덕분에 신나게 강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강의 중에 '어떤 콘텐츠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유튜브에서 목사가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서는 나도 여전히 해답이나 확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실 '전목사TV' 채널도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서 몇 달째 중단한 상태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콘텐츠는 상당히 다양하다. 브이로그(Vlog), 하우투(How to),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언박싱(unboxing), 튜토리얼(Tutorial), 커버 영상(cover video), 먹방, 여행 영상 등 여러 영역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콘텐츠가 업로드 된다.

# "영상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목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처음에는 유튜브의 콘텐츠가 사람의 삶과 관계되어 있기에 무엇으로든지 목사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영상을 만들다 보니 쉽지 않았다. 신학과 삶의 간극을 메우는 삶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쉽고 가볍게 하면 목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진지하게 하면 지루하고 재미없게 되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유튜버(YouTuber)에 도전할 수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최근에 스스로 크리스천 유튜버라고 하는 이들이 등장하여 기독교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사역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박한 성경 지식과 건강한 신앙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크리스천 유튜버를 보면 매우 반갑고, 기쁘고,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굳이 내가 해야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잘하고 있는 유튜버들을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핑계로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제는 종종 '유튜브 영상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매우 부담스러운 말이기는 하지만 '전목사TV' 채널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유튜브에 거주하는 선교사라는 정체성을 갖는다.



전수희 목사 / 은현교회 교육 담당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