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섬김의 종이 되어 달라" 당부
작성 : 2019년 06월 29일(토) 09:42 가+가-
한국교회 예배 설교학의 한국인 1세대인 정장복 전 총장. 그는 목회자들 사이에 '목회자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집필과 강연 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를 찾아 이 시대의 참된 목회의 길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가 목회의 길을 제시하는 한마디 한마디엔 오늘날 목회현장에서 힘들게 목회하는 제자들을 향한 애뜻한 사랑을 엿 볼 수 있었다.

지난 19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난 정 총장은 요즘 근황을 물을 여유도 없이 목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서둘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회현장에서 들려오는 제자들의 하소연과 힘든 소식을 늘 귀담아 듣고 있던 그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먼저 성경에서 발견한 초대교회 목회 모델을 언급하며 목회 현장에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꺼낸 목회의 모델은 초대교회에서 보여준 평신도와의 동역, 역할 분담에 맞춰졌다. 당시 초대교회의 상황과 오늘날 교회 상황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이 모델을 제시했다.

"초대교회 교인들이 늘어나면서 사도들은 말씀 전하는 일과 기도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그 이외의 일은 일곱 집사를 세워 맡겼지. 이것이 초대교회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첫 번째 모형이야. 이것은 사도들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교회는 장차 이렇게 돼야 한다며 주신 모델이야. 그 시대가 벌써 왔는데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 이것은 새로운 모델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모델이야."

이러한 초대교회의 모델을 오늘날 목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선 목회자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작업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많이 변했어. 외적인 환경 변화만이 아니라 교인들의 지적 수준도 많이 높아졌는데 목회자의 멘탈리티는 여전히 변화가 없어. 그렇다고 목회자의 잘못만은 아니야. 130년 한국기독교 역사 속에 전통으로 굳어진 우리의 고정관념이 문제야. 전통에 따라 목회자는 군림하는 지도자로, 모든 것을 끌고 가는 존재로, 지금도 그 전통적인 목회 관습을 손에 쥐고 누가 더 제왕적 목회를 해야 되나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어. 상당히 심각한 문제야."

교인들의 신앙수준은 점점 높아가는데 목회자는 평신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시대의 목회자들을 향해 "전통적인 목회 관습에 따라 나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제왕적인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덧붙여서, 오늘날 목회현장에서 들려오는 좋지 않은 소식에 "내 잘못이 커. 내가 잘못 가르친 결과"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그의 모습 속에서 여전히 제자들을 향한 남다른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의 이야기는 목회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역의 형태로 이어졌다. 평신도와 함께 사역하기 위한 실제적인 모델을 제시하는데 맞춰졌다. "목회자가 말씀 전하는 일과 기도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나머지는 평신도들에게 맡긴다는 것을 전제로 구상해 봤다"며 그는 행정지원팀과 목회지원팀을 만들고 목회지원팀 안에 심방지원과 설교지원팀 조직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설교지원팀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자기가 설교를 하면 뭐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교인들한테 들어봐야 돼. 그래서 설교지원팀이 있어야 돼.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197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상당히 활발했어."

또 한가지는 인사와 재정 문제를 꺼냈다. 그는 행정지원팀에 인사와 제정문제를 일임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목회자가 인사관계에 너무 깊이 관여하고 휘두르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인사문제로 교회가 분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목사는 인사의 최종 결정자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관여를 하게 돼 있으니 우선 인사팀에서 1차로 검증작업을 하도록 하면 목회자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그러나 그가 재정 문제를 꺼낼 때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목사가 돈을 가지고 휘두르면 참 좋지, 살만나지, 가난뱅이 목사가 교회 개척 힘들다가 교인 몇 천명이 되면 완전 황제가 돼. 결국 이것이 목회자를 탈선하게 만들어. 목사는 재정문제 만큼은 철저하게 가난해야 돼. 사실 물질은 오늘날 목회자들 눈앞에 있는 선악과야. 보암직하고 먹음직하니까 잘못 손대면 넘어지는거야. 목회자는 각별히 가난하지도 않고 부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이 내 주장이야."

그의 이야기의 마지막은 목회자의 정체성으로 이어졌다. 그가 강조한 목회자의 정체성은 '말씀의 종'과 '섬김의 종'이었다. 목회자가 설교단에 섰을 땐 불호령과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삶에서는 섬기는 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목사는 단에 서면 말씀의 사자야.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만들고 또 내려오면 쓰레기도 줍고 화장실 청소도 하는 온전한 종이어야 돼. 그런데 목회자가 받는 섬김만 있고 주는 섬김이 없어. 이것이 무서운 거야. 이 시대의 목회자는 이제 섬겨야 돼." 목회자의 정체성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는 목회자를 향해 예수님이 이 땅에 섬기러 오셨고 목숨까지 주시려고 오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가르치는 스승의 모습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날 목회자들에게 말씀의 종으로서, 설교 언어의 중요성은 그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설교의 문장에는 반드시 주어가 있어야 돼. 설교 문장의 주어는 성삼위 하나님이야. 그런데 요즘 목회자의 설교를 들어보면 설교의 주어가 성상위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이야.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옮기겠다는 말씀의 운반자야." 평생 설교자의 정체성은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옮기는 말씀의 운반자라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그의 연구실에는 '성언운반일념'이라는 글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시대 힘들게 목회하는 목회자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목회자들을 향해 희망을 갖고 초심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100명 미만의 교회에서 힘들게 목회하는 목회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어. 눈물겹고 애타는 심정이야. 초심을 잃지 마시오. 초심을 잃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살아 있는 한, 반드시 보상해 주실거요. 용기를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하시오. 항상 희망을 갖고 초심을 지켜나가시오."

그리고 오늘날 여러 가지 유혹을 이겨내며 목회하는 목회자들에게 "장하고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도 전했다. 에덴동산에는 선악과가 하나밖에 없지만 지금은 주렁주렁 열려있는 선악과를 만지지 않고 먹지 않고 끝까지 목회자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격려였다. "없어서 못 먹는 고통이 아니라 많이 있는데 못 먹는 고통이 더 크다. 끝까지 만지지 말고 끝까지 먹지 말아라. 그래야 주의 종으로 산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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