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강림절과 세계교회의 날
[ 땅끝편지 ]
작성 : 2019년 06월 18일(화) 00:00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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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절 월요일이면 개최되는 '세계교회의날' 행사모습.
필자에게 아들 둘이 있다. 첫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둘째는 1학년 때에 독일로 왔다. 첫째는 한창 재미있게 놀던 친구들과 떨어져야 했기에 불만이 컸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활발하던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했다. 반면 둘째는 어린 나이여서 별 생각 없이 부모를 따라왔다. 하지만 두 녀석 모두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둘째를 위로했던 말이 있다. "하빈아, 한국은 학교 방학이 세 번인데, 독일은 일곱 번이나 된대." 둘째는 비로소 독일에 온 것이 좋다고 했다.

독일은 방학이 많다. 공부에 맘이 잡힐 만하면 방학이어서 집중력을 흩어버리기에 부모입장에서는 불만스럽다. 하지만 아이들은 신난다. 여름방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독교 절기에 따른 방학이다. 성탄절 방학, 사순절 방학, 부활절 방학, 성령강림절 방학으로 대게 2주간 학교를 쉰다. 한 주간의 가을 방학도 있지만, 이 역시 10월 31일 종교개혁기념일을 포함한다. 그리고 부활주일, 성령강림주일, 성탄절은 다음날까지 국경일로 쉰다. 독일은 역시 기독교 국가이다.

지난 6월 10일은 '성령강림절 월요일'이었다. 매년 이 날에는 '세계교회의 날' 행사가 슈투트가르트 중심에 위치한 슈티프트교회에서 개최된다. 뷔르템베르크 주에 자리한 아프리카와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인들의 축제로, 다양한 교파와 교단의 외국인교회들이 한자리에서 성령강림절을 기념한다. 뷔르템베르크 주교회가 주관하며, 24개의 외국인교회들이 함께 동참하는 축제이다. 오전에는 함께 예배 드리고, 오후에는 외부에 설치한 무대에서 다양한 음악과 인터뷰가 진행된다. 거리에는 천막부스가 설치되어 다양한 나라들의 음식을 판매하고, 선교단체들은 사역을 소개하는 안내지와 책자들을 전시한다.

올해는 '새 노래로 찬양하라'는 주제였고, 설교는 주교회 율리 감독이 전했다. 니케아 사도신조로 공동의 신앙고백을 하며 함께 찬양하는 시간이 많았다. 아프리카교회들의 흥겨운 찬양을 들을 수 있는 자리이고, 정교회 목사들의 화려한 예복을 구경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 교회도 부스 한자리를 차지하여 한국식 군만두를 판매했다.

세계교회의 날 행사가 가능한 것은 뷔르템베르크주 외국인교회대표자모임 때문이다. 독일주교회가 전담목사를 고용하여 외국인교회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긴다. 코스타벨 여자목사님이 담당하는데, 외국인교회대표자모임은 1년에 3~4차례 회의를 갖고 세계교회의 날 행사를 준비한다. 또한 가을이면 1박 2일 수련회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교제를 나눈다. 필자도 지난 3년간 이 모임의 대표단으로 활동하였는데, 특별히 아시아교회들로는 우리 외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교회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독일주교회는 이 모임을 위해 모든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외국인교회대표자들에게 사례비는 아니지만 목회활동비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독일사회와 독일교회가 이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외국인교회 목회자들도 이 모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서로의 다름을 보면서 이해하게 되고, 지속적인 만남들을 통하여 얼굴색을 뛰어 넘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방나라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로서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보이지 않는 동질감으로 눈웃음짓기도 한다. 성령강림절 월요일마다 세계교회의 날 행사를 통해 언어와 민족과 나라를 뛰어넘는 한마당이 펼쳐진다. 성령께서 하나되게 하심을 느낀다. 이렇게 다양한 이들이 한자리에서 함께 예배하고 찬양하는 모습은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큰 무리가 나와 하나님과 어린양 되신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는' 요한계시록 속 천국의 모습과도 같다.

김태준 목사/독일남부지방한인교회·총회파송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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