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질과 열매
[ 목양칼럼 ]
작성 : 2019년 06월 14일(금) 15:58 가+가-
사람이 장성하면 결혼해 가족을 이루듯 나무도 때가 되면 열매를 맺는다. 일반적으로 과수나무는 심은 지 3년 정도가 되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과수원 주인이 나무를 다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나무를 심었는데 계속 열매가 없는 나무는 가차 없이 베어 버린다. 그런데 열매가 덩치에 비해 턱없이 작은 경우엔 주인이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베기엔 나무가 아까울 때 주인은 나무가 죽지 않을 정도로 껍질에 톱질을 해 껍질만 벗겨낸다.

필자의 집은 예전에 과수원을 했다. 그런데 과수원에 가보면 같은 과수원이어도 땅이 다른 경우가 많다. 좋은 땅이 있는가 하면 자갈이 많은 땅이 있다. 우리 과수원도 위쪽에 있는 땅보다 아래쪽 땅들의 상태가 더 좋았다. 그것은 비가 많이 오거나 물이 흐를 때 위에 있는 좋은 양분이 항상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땅에서 차이가 나다보니 심겨진 나무들의 크기가 너무 달랐다. 같은 해에 심었지만 윗쪽에 심긴 나무는 발육 상태가 보통이라면 아래쪽의 나무들은 너무 높이 자랐다.

재밌는 것은 윗쪽에 있는 나무들은 크진 않지만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가 맺힌다. 체구는 작은데 열매를 너무 많이 맺으니 주인이 어떻게 하겠는가? 주인은 항상 그 나무들을 살피고 거름을 줄 때도 많이 준다. 반면 과수원 아래쪽 좋은 땅에 있는 나무들은 덩치는 크지만 열매가 적게 맺힌다. 나무 자체는 베기가 아까운 데 열매가 턱없이 부족하니 주인이 어떻게 하겠는가?

주인인 아버지가 이렇게 하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아름드리 사과나무에 10~15㎝ 정도 폭으로 톱질을 해서 나무껍질을 벗겼다. 껍질을 전부 벗기면 나무가 죽기에 기둥의 절반 정도만 껍질을 벗긴다. 그렇게 톱질을 당한 나무는 그 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나무의 수분과 영양분이 올라가는 껍질의 절반이 잘렸기 때문에 정말 힘겨운 삶을 살게 된다.

톱질의 위력은 다음 해에 나타난다. 그 다음해 톱질을 당한 나무는 엄청난 열매를 맺는다. 나무의 성질이 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아름드리 사과나무는 열매보다는 자신의 성장에 양분을 사용했다. 그러나 톱질을 당한 후엔 열매를 위해 양분을 빨아들이게 되고, 그제야 나무는 덩치에 맞는 엄청난 양의 열매를 맺게 된다. 톱질이 그 나무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사과나무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도 그렇다. 내가 하나님의 은혜로 잘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의 분량에 맞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하나님은 톱질(?)을 하실지도 모른다. 이 톱질은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려는 톱질이 아니다. 하나님은 당연히 맺어야 할 열매를 원하신다.

이제는 내게 남은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 드려야 할 내 인생의 열매를 위해서 수고하고 달려가야 한다. 하나님의 톱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자.

정병원 목사/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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