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벽을 넘어서 - 백시종 '오옴하르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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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06월 05일(수) 10:00 가+가-
'오옴하르'는 사하라사막 한편에 있는 오아시스 마을이다. 아프리카 차드의 변방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소수 부족 '느굼바이'의 동네인 이곳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이 작은 마을에서 울려 퍼질 아름다운 하모니는 바다 같은 사하라사막으로 달빛과 함께 은은히 흘러갈 것이다. 풍적이나 우쿨렐레 등이 동원된 아프리카 원시 음악으로 시작하여 나쉬드가 뒤를 잇는다. 나쉬드는 모슬렘의 삶을 고백하는 아카펠라식 음악이다. 이어서 파리 교향악단이 브람스, 슈베르트, 드보르자크 곡을 연주하고 마지막으로 출연자들 모두가 헨델의 메시아를 함께 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사막 달밤의 음악회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상징성을 띤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음악회와 함께 펼쳐질 잔치에 더 관심이 있다. 이미 뒤꼍 모래밭에 간이 조리시설이 설치되고 마을 공동 잔치에 노인부터 아이까지 주민들이 뒤섞였다. 그곳에는 모슬렘들, 느굼바이어로 번역된 성경을 읽는 부족들, 알제리에서 온 선교사들, 차드에서 활동 중인 가톨릭 신부들, 이들과 오랜 싸움을 벌이다가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된 이슬람 최고지도자급 인사들도 있다. 주최 측이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조리를 삼가도록 누누이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벌써 함께 어울린 채 준비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작가 백시종(1944~ )이 소설 '옴하르 음악회'에서 제시하는 주제는 '하나 되기'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지낸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가는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이슬람이라는 거대한 현실을 극복할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기서 작가는 먼저 영국 선교사 제임스 올드먼의 말을 통해 중요한 문제 하나를 제기한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몽땅 뒤집어쓰고 대신 죽어 주신 대속 신앙, 우리 기독교에서 대속 신앙이 없다면 그것은 심장이 없는 죽은 시체나 진배없습니다. 마치 엔진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껍질뿐인 자동차처럼. 한데 중요한 것은 이슬람이 바로 그 대목을 부인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원천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주님 뜻을 품고, 주님을 대신하여 목숨까지도 바쳐야 하는 진정한 투쟁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선교 사업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작가는 곧이어 고갑숙이라는 변화된 인물의 주장을 내세워 반론을 편다. "순전히 복음 전파를 위해서는 기독교 교리에 어긋난 종교를,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멸망해야 할 집단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오히려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근본적으로 대치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는 원수들이 서로 끌어안고 하나님을 경배하라고 권한 이사야의 말씀,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화해를 시도한 에베소서의 기록을 받아들이면서 자기가 가진 많은 재산을 의미 있게 사용하려고 한다. 자신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 선교사 노신애의 헌신적 활동을 도와 오옴하르 마을을 하나 되는 현장으로 만들어 간다.

먼 땅에서 만난 한국인 두 여성은 공통된 아픔을 갖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중추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허위의식으로 가득한 사람들에게 배반을 당한 경험, 그래서 소중한 것을 잃고 멀리 떠나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두 여인은 각각 아프리카의 젊은 청년에게 폭행을 당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다. 여인들은 낙태를 하려했던 계획을 바꾸고 그들을 용서하며 오옴하르에서 하루 사이로 아이를 출산한다. 그 아이들이 자라나 평화의 세상이 열리기를 꿈꾼다. 작가는 평화의 상징성을 음악으로 나타내면서, 그에 못지않게 소수민족의 언어 살리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그들의 언어로 읽는 성경이 믿음을 살리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번역 사업에 한글 표기법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수중 교수/조선대 명예, 동안교회 협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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