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친구 되어주는 기독법률가들
공익법센터 어필, 나그네 환대하며 섬기는 일 앞장
작성 : 2019년 05월 22일(수) 00:00 가+가-

공익법센터 어필의 상근 변호사들과 통역사, 직원들의 모습.

모자를 깊이 눌러쓴 한 외국인이 공익법센터 어필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일 변호사와 이집트어 통역을 담당하는 또 다른 직원은 곧바로 외국인과 대화를 시작했다. 내용을 엿듣는 건 불가능했지만, 수심이 가득찬 눈빛과 어두운 낯빛에서 그가 처한 상황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었다.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일상을 누리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난민들이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탄압을 받거나, 박해를 받고, 강제 징용, 내전을 피해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 생면부지인 이들에게 무료 법률 지원으로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한국으로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난민 지위'를 얻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기독법률가의 지원으로 시작돼 독립 단체로 자리잡게 된 공익법센터 어필은 난민뿐만 아니라 주로 저개발국가에서 행해지는 한국 기업의 노동 착취, 인권침해 문제도 개입한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대표.
난민들과 상담 중인 이일 변호사.
어필의 변호사들은 끊임없이 몰려드는 상담요청, 난민 지위 심사 지원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난민 당사자의 생명과 미래의 삶을 결정짓는 문제이기에, 한 사람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어필의 상근변호사 5인은 사무실로 직접 찾아온 난민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이들이 난민심사를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법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해주거나, 조사관의 면접 심사에 동석해주고, 자격 심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구비하는 일은 물론 부당하게 구금을 당하는 등 난민들을 위한 법개정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2011년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 7월부터 시행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드물다. 어필 전수연 상근변호사는 "한국사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되는 건 우연과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들은 누군가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변호사들을 만나면 먼저 본국에서 당한 박해와 서러운 사연들을 쏟아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억울했던 감정들을 쏟아낸 후에야 소송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난민지위를 얻기 위한 지원 활동 외에도 어필이 담당해야 하는 부수적인 일들은 넘쳐난다. 특히 난민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반감정서를 불식시키는 일도 중요한 과제이다.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어필은 가짜뉴스를 파헤쳐 대응하고, 난민은 누구인가에 대해 Q&A형식으로 알리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어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변호사들이 만난 난민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난민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특히 여성 난민들에게 네일 아트를 해주며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네일살롱' 코너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정신영 대표는 "네일살롱을 보고 난민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교, 단체, 기관 등이 난민 이해를 위한 강연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간다. 정신영 대표(나들목일산교회)는 "바쁜 시간을 쪼개 강연을 다니는 이유는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난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불신, 선입견을 해소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나이가 어린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이 느껴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난민은 누구인가란 질문에 정신영 대표는 "안전한 곳에서 삶을 이어가기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난민법은 지극히 제한된 권리만 부여한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살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 개정은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난민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크리스찬이라면 난민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성경은 나그네를 맞이하고, 이들을 사랑하라고 명확히 말하고 있지 않냐?"며 "바울 사도 또한 이방인과 예수님 사이 막힌 담을 허물었다"며 일부 크리스찬과 목회자가 무슬림 난민에 대해 왜곡된 관점을 갖고 이들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갖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공포가 종교차별로 이어지고, 정치적 이념 문제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태도가 가져올 어두운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혐오는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태도"라며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기까지 그 사회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지속적으로 가해왔고, 분노를 키우는 씨앗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민도 타국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음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재일조선인들도 일본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나라 또한 전쟁의 위험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며 난민에 대해 역지사지의 입장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내가 만나본 난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 "두려움에 잠식당하지 맙시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오늘도 성경의 말씀대로 나그네를 환대하며 섬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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