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작성 : 2019년 05월 17일(금) 00:00 가+가-
약 3년 전에 60대 중반의 부부가 우리 교회에 등록했다. 교회에서 상당히 먼 곳에 살고 있는 분들이었다. 두 분 다 서울에서 살다가 요양 차 강원도로 내려왔는데, 남편 집사님은 암으로 아내를 잃었고, 아내 권사님도 암으로 남편을 잃었다. 우연찮게 강원도의 한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다가 집에 암환자가 있는 것이 계기가 되어 서로 급속하게 친해졌다. 그러다가 두 분 다 사별을 경험했고, 동병상련으로 재혼까지 하게 됐다.

재혼 후에는 양평으로 이사를 와서, 권사님 동생의 추천으로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그런데 남편이 첫 예배 시간에 성령의 임재를 경험했다. 사실 남편은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는 않았다. 철저한 유교 집안에서 성장하여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아내가 암에 걸리면서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 기도하기 시작했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재혼하고 우리 교회로 온 것이다.

두 분은 등록하고 점심식사를 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들이 재혼부부임을 당당하게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재혼하게 된 드라마틱한 과정까지도 숨김 없이 공개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적잖이 놀라게 했다. 대개 사람들은 재혼한 것을 숨기려 하고, 될 수 있으면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않으려고 하는데 처음부터 이 분들은 달랐다. 이것이 다 하나님께서 서로를 위해 준비하신 계획과 섭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두 분이 재혼한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은 잔잔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 교회에도 재혼한 가정들이 있었지만,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부부들에게 두 분이 살아가는 모습은 좋은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도 이제 재혼한 것이 숨기고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신 있게 밝히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할 삶의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재혼하고 양동으로 이사를 온 사람들이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두 분의 드라마틱한 재혼 이야기를 한 번 듣고 나면, 눈빛이 완전히 달라진다. 교회에 나오는 것이 즐겁고,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주일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없다.

이처럼 주님은 우리의 상처와 약함까지도 아름답게 사용하신다. 우리의 아픈 곳과 숨기고 싶은 것까지도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을 위해 사용하신다. 주님은 우리가 상처 입은 치유자로 당당하게 세워져 가는 것을 원하신다. 그러므로 성도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이 분명해야 된다.

신용관 목사/양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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