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신정 목사
작성 : 2019년 05월 17일(금) 07:25 가+가-

신 정 목사는 그의 '인생책'으로 최인호의 상도, 장미의 이름, 아쿠아처치를 꼽았다.

스스로를 '잡학(雜學)주의'라고 말하지만 그는 명실공히 '다식(多識)주의'다.

순천노회 광양대광교회 신 정 목사는 '다독가'로 유명한 목회자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꽂히면' 읽는다. 나에게 책이란 "내 생의 전부"라고 할 만큼 책에 '꽂힌 사람'이다. 어느날 'WWW'가 등장하길래 '궁금'해서 책을 봤고, 결국엔 '꽂혀서' 교회 홈페이지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목회자가 됐다. 임산부 '우울증' 상담을 하다가 30권의 관련 서적을 한 자리에서 읽어내고는 교회에 '임산부 교실'을 만들어 냈다. 이렇듯 신 목사에게 목회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소문난 독서광, 신 정 목사의 서재가 궁금하고 그가 꼽은 '인생책' 3권이 더 궁금한 이유다.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에서 본 '목자의 길'

"'내 인생의 책' 3권을 꼽으라면 첫 번째는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로 하겠다"는 신 정 목사는 "'상도의 길'에서 '목자의 길'을 배웠다"고 말했다. 소설 '상도'는 일개 점원에서 동양 최고의 거상이 된 대한민국 최고의 무역왕 '임상옥'의 삶을 담아낸 책이다. 2000년 대 초반은 신 목사가 광양에서 목회를 한 지 3년이 지날 즈음이다. "하나님이 나를 광양이 아닌 광야에 보내셨다"고 생각이 들 만큼 힘겨웠을 때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목회자의 길이 맞는가?" 수천 번 고민하고 "주님 맞습니까?" 묻고 또 물었다. 설상가상 아내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한 달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 때 주저 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무렵 손에 쥔 소설 '상도'를 읽어 내려가는데 그는 "중간중간 성경말씀을 읽는 것 같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임상옥이 항상 곁에 두고 보았다던 '계영배'를 언급했다. 계영배는 물이나 술을 70% 이상 보다 많이 따르면 모두 새어버리는 잔으로 임상옥은 이 잔을 옆에 두고 늘 욕심을 경계했다.

"임상옥은 돈을 '잘' 쓰기 위해서 돈을 벌었다. 장사꾼이 흉년에 폭리를 취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기집 곳간을 열었고 죽기 전에는 타인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고 설명하는 신 목사는 "그의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가 세상 속에 어떻게 서야 하는 지 보았다"고 말했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라는 임상옥의 말을 기억하며 신 목사는 "나는 한 '장사꾼'의 길에서 목자의 길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소설 '상도'는 그에게 목자로서의 소명을 보다 분명하게 깨닫게 해 준 책인 셈이다.



#하나님의 '신호'에 민감한 목회자를 꿈꾸게 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어떻게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죠?" 신 목사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두번 째 인생책으로 꼽았다. 중세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중세의 생활상과 세계관, 각 교파간의 이단논쟁과 종교재판, 수도원의 장서관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종교적 독선과 편견이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던 14세기 유럽의 암울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신 목사가 이 책을 인생 두번째 책으로 꼽은 이유는 "책 속에서 하나에 단어에 함축적인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는 기호학의 심오한 진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공부를 다시 하게 된다면 '기호학'을 하고 싶다"고 할만큼 '기호학'에 흠뻑 '꽂힌' 신 목사는 "십자가에는 '십자가'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 기호가 담겨있다"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다양한 문자들을 기호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책은 나에게 하나님이 보내는 사인과 신호에 보다 더 예민한 목회자가 되고 싶게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숭실대 앞 서점에서 만난 이 한 권의 책은 그에게 기호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게 했고, 책 속에 등장한 유럽수도원을 순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한달 동안 열띤 토론을 하게 할 만큼 '애정서(書)'로 꼽힌다.



#목회의 비전을 구체화하게 한 레너드 스위트의 '아쿠아처치'

신 정 목사는 광양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했을 때의 심정을 "움베르트 에코가 말하는 기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광양은 '광야'였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광야에 혼자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그 안에서 하나님의 '신호'를 발견했다"고 했다. 청년시절, 이스라엘 키부츠 농장에서 종려나무 열매를 따는 일을 했을 때다. 열매를 따려고 나무에 올라갔는데 밖의 풍경은 죽음의 황무지였다. 24시간 스프링쿨러에서 뿌려진 물이 농장을 풍요롭게 만든 것이다. 광양의 '광야'에서 그는 '물'을 찾아냈다. 1년 동안 강단에서 '물' 관련 설교를 했다. 광양 지역에 복음의 '물'을 뿌리겠다고 다짐했다.

'물'과 같은 교회를 꿈꿀 때 만난 책이 바로 레너드 스위트의 '아쿠아 처지'다. 국내에는 '모던시대의 교회는 가라'로 번역돼 출간된 이 책은 그리스도에 대한 소망이 없이 물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손길을 뻗치려 하는 교회에게, 미지의 바다를 성공적으로 항해하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이 책의 핵심은 인생을 항해라고 하면 항해 지도자가 필요하듯, 오늘 현대인들의 삶에 방주와 구원자의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신 목사는 이 책을 목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후 '아쿠아' 사역을 통해 복음의 물결이 광양 땅에 펼쳐지길 기도했다. 레너드 스위트의 '팬'이기도 한 신 목사는 '아쿠아처치' 외에도 레너드 스위트의 '세상을 호흡하며 춤추는 영성'을 읽고 감동을 받아 전 교인과 함께 '춤추는 삶으로의 여행'을 주제로 수련회를 열기도 했다.

요즘 가장 슬픈 이유가 "노안이 와서 책 읽기가 어렵다"는 신 목사는 요즘은 종이책보다 'E-BOOK(이북)'을 선호한다. 그의 이북 서재에는 만화책부터 경제학, 문학, 공학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가 담겨 있다. 그의 책 사랑은 끝이 없고, 책 속에서 발견해 내는 다양한 '기호'들은 그에게 목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거침없이 도전하게 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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