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을 '그리스도(교)'로 부릅시다!(상)
작성 : 2019년 04월 19일(금) 15:40 가+가-

모리슨(R. Morrison)의 중국어사전(II-I), 1819

'기독(교)'을 '그리스도(교)'로 부릅시다!(상)



우리는 오랫동안 주님의 칭호인 '그리스도'를 알게 모르게 변형된 형태로 사용해 왔다. 그래서 '기독교' '기독인' '기독 학생' 등 '기독'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어로부터 차용했던 이 용어에 대해서 우리가 이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좀 더 숙고해 보아야 한다.

'기독(교)'이라는 용어는 중국의 그리스도교 선교과정에서 형성된 '그리스도(교)'에 대한 음역어이다. 먼저, 635년 시리아 교회의 선교로부터 시작된 소위 '네스토리우스파'라고 불리는 경교(景敎)의 초기 문서와 경교비(大秦景敎流行中國碑) 등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최초의 중국어 음역이 나타난다. '예수'는 '이슈'[移鼠(이서) 혹은 예數(예수)]로, '그리스도'는 '메시아'에 대한 음역어인 '미쉬허'[迷詩訶(미시하)나 彌師訶'(미사하) 혹은 彌施訶'(미시하)]로 음역되었다.

다음, 16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선교를 했던 가톨릭 예수회 선교사들은 주님의 칭호를 중국어로 음역하면서 신약성경의 그리스(헬라)어 '예수 크리스토'(Iesous X[Kh]ristos)가 아닌 라틴어로 어미 변화한 '예수 크리스투'(Iesus Christus)를 사용했다. '예수'는 1584년 문헌에 등장한 음역어 '예소'(熱所, 열소)를 거쳐 1610년대 문헌에 음역어 '예수'(耶蘇, 야소)로 바뀐 뒤 이 용어로 굳어져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한편 '그리스도'는 1584년 문헌에 '키리스두'(契利斯督, 계리사독)가 등장한 뒤, 1636년 문헌에 '기리스두'(基利斯督, 기리사독)로 바뀌었고, 1700년경 문헌에 '기스두'(基斯督, 기사독)로 축약하는 징조를 잠깐 보이다가, 1707년 유고본 문헌에 첫 자와 끝 자만으로 축약된 '기두'(基督, 기독)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편,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모리슨(Robert Morrison, 馬禮遜) 목사가 1814년에 완역한 중국 최초의 신약성경 『耶蘇基利士督我主救者新遺詔書』(야소기리사독아주구자신유조서)에서 주님의 칭호는 '기리스두'(基利士督, 기리사독)라는 같은 발음의 변형된 한자어가 사용됐고 여전히 같은 축약어 '기두'(基督, 기독)가 사용됐다. 그 후 중국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모두 이 말에 '갸오'(敎, 교)를 붙여 '기두갸오'(基督敎,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필자가 이 글에서 '契利斯督'을 '키리스두'로, '基利斯督'이나 '基利士督'을 '기리스두'로, '基督敎'를 '기두갸오'로 발음하여 표기한 근거는 중국어 음운학자들이 밝힌 대로 중국어 발음이 과거에서 현재로 오면서 전반적으로 일어난 구개음화 현상에 둘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근거는 성경을 직접 완역했던 모리슨 선교사가 1815년부터 펴냈던 "중국어 사전"들과 역시 성경번역자였던 메드허스트(W. H. Medhurst) 선교사가 1847년과 1848년에 두 권으로 펴낸 "영중사전"에 있다. 이 사전들은 가톨릭이나 개신교 선교사들의 중국 선교 초기의 거점이었고 성경을 번역했던 당시 광둥(廣東, Canton, 현 廣州)과 난깅(南京, 현 난징)을 비롯한 중국 동남지역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 사전들이 밝히는바 당시 피킹(北京, 현 베이징) 지역의 발음으로는 '키리스두'(契利斯督)가 '치리스두', '기리스두'(基利斯督 및 基利士督)는 '지리스두', '기두갸오'(基督敎)는 '지두쟈오'가 된다. 그리고 중국이 공산화 과정을 거쳐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이 베이징어 발음을 표준음으로 삼은 언어통일정책에 따라 지금은 모두가 중국어로 '지리스두'(基利斯督), '지두'(基督), '지두쟈오'(基督敎)라고 부르고 있지만 중국 그리스도인들의 의식 속에는 주님 '그리스도'가 자리잡고 있다.

김형곤 목사(광주북문교회, 전 한일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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