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헌법, 임시정부 헌장에 영향
[ 시론 ]
작성 : 2019년 04월 16일(화) 10:38 가+가-
1919년 '3.1독립만세시위' 직후에 국내외에서 중론이 일어났다. 독립을 선언했으니 당연히 정부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국 상해에서는 프랑스조계 내에 '독립임시사무소'가 설치되었다. 이 사무소와 신한청년당이 이곳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탄생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총무로 선임된 현순 목사가 상해 소재 각국 공관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였고 또 국내의 독립운동 상황을 각 신문사와 통신사에 제보했다. 상해 한인들의 구심체였던 한인교회는 임시정부가 조직될 때 그 조직의 결성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일, 결성된 조직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일,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하는 일 등을 담당했다.

4월 10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회의에 독립운동가 대표 29명이 참석했다. 이들 중 다수가 개신교(장로교회, 감리교회) 지도자였다. 가장 먼저 '임시의정원'이 구성되었다(의장 이동녕, 부의장 손정도목사). 이어서 정부수립의 절차가 진행되었다. 국호는 일본에 빼앗긴 국가주권을 되찾는다는 뜻에서 '대한'을, 또 황제가 통치하는 전제국가가 아니라 인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주의를 국체로 한다는 '민국'으로 결정되었다. 드디어 4월 11일,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정해졌고, 그 이후로 이 국호는 임시정부의 명칭으로 정착되었다.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초의 헌법문서인 '대한민국임시헌장'이 반포되었다. 그 내용을 살피면, 제1조는 민주공화제를 선포했고 제2조는 대의제를 선포했다. 제3조(평등권), 제4조(자유권), 그리고 제5조(참정권)는 국민의 기본권을 선포했다. 국민의 의무를 규정한 제6조는 교육·납세·병역의 의무를 선포했다. 제7조는 국제연맹 가입을 선포했고, 제8조는 구 황실을 우대한다고 선포했다. 인간 존엄성에 기반 한 인권에 관해 명시한 제9조는 생명형(사형), 신체형(고문), 공창제(반(反)여성)의 폐지를 선포했다. 그런데 제7조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이 '신(神)의 의사'에 의하여 라고 명시하였는데, 이것을 기독교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뜻'이라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전공 학자들에 따르면 '민주공화제'는 그 당시 전제군주체제 일본의 법조문에서 찾아볼 수 없고 또 신해혁명(1911)이후 중국에서 발간된 여러 헌법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 이후 임시정부의 헌법이 1945년까지 다섯 차례 개정되었는데, 그때 마다 민주공화제를 명문화했다. 그런데 1910년 이전으로 되돌아가보면, 전제황권이 지배한 대한제국에서 민주공화제를 제창하는 것은 역모 죄를 범하는 위험한 주장이었다. 그런데, 대한제국이 몰락한 지 10년 만에 상해에서 제정된 첫 헌법인 임시헌장에서 민주공화제가 선포되었다.

19세기말까지 우리나라에는 정치의 주체로서 국민이란 개념이 부재했고 피지배층인 백성의 개념이 일반적이었다. 그 백성이 민권을 요구하기 시작한 때는 1898년 '독립협회'가 주관한 '만민공동회'였다. 독립협회는 그러나 강제 해산되었다. 이 상황에서, 신생(新生) 조선(대한제국) 장로교회에서는 1900년부터 교인 대표인 장로를 선거로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 1907년에 고종황제가 강제 퇴위되었고, 9월 17일 장로교회는 헌법에 기초한 전국조직체인 노회를 창립했다("朝鮮全國獨(立)老會"). 헌법에 명시된 정치규칙의 기본 틀은 대의민주주의였다. 1910년 8월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강제 합병되었다. 2년 후인 1912년 9월 1일 장로교회는 일제의 식민지배 권력에 예속되지 아니하는 자치적 종교단체로서 헌법에 의거한 총회를 창립했다.

장로교회 헌법의 원리는 자유, 입헌주의, 대의민주주의, 치리회의 집단지도, 관계망으로 연결된 유기체로서 우주적 신앙공동체이다. 이 원리에 따라 장로교회의 교인들이 1919년 3.1운동에서 일제의 전제군주체제 제국주의 국가권력에 항거했다고 본다. 또 그 직후, 장로교회 지도자들이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했다. 임시정부 최초의 헌법인 임시헌장 제1조와 제2조에는 장로교회 헌법원리에 상응하는 민주공화제와 대의제가 명시되었다.



임희국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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