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교인들 때문에 얻는 선물
작성 : 2019년 04월 18일(목) 13:50 가+가-
교회를 개척하고서 가장 당혹스럽고 힘들었을 때는 처음으로 교인들이 떠났을 때였다. 교회가 창립된 지 만 1년이 되던 시점에 나는 열심히 교회를 섬기던 교인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들이 교회를 떠나는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했다. "아이들의 신앙을 위해 주일학교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교회로 가야겠습니다." "부모님의 신앙생활을 위해 모교회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목사님과 교회 철학이 맞지 않아서 떠나겠습니다." 그러나 목사는 본능적으로 안다. 그들은 결국 목사 때문에 교회를 떠난 것이다.

작은 교회는 새로운 방문자가 오거나 새가족이 등록하는 기쁨이 큰 만큼이나 기존 교인들이 떠나는 충격과 파급도 크다. 반주자가 없어지고, 주일학교 아이들이 갑자기 선생님을 잃는다. 교인이 많지 않다 보니, 예배시간에 지정석처럼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자리에 항상 앉던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 그 빈자리가 주는 아픔과 정죄감도 사뭇 컸다.

교인이 떠나면 목사는 한동안 허전함에 시달리고 냉혹한 자기검열로 뼈가 마른다. 받은 상처에 잠 못 이루고, 못해 준 말에 잠이 깬다. 기도 대신 한숨이 나오고, 주의 말씀 대신 그의 말을 묵상한다. 그러다가 목회를 돌아보고 소명을 재차 확인하기에 이른다. '내가 목회를 잘 하고 있나',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을까', 그렇게 하나님 앞에서 묻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동안 마음을 추슬러야 다시금 일어설 힘을 얻는다.

그 터널을 지나면서 어느덧 나는 교인들이 느는 것을 내 능력의 증거로 착각하거나, 교인들이 떠나는 것을 내 무능의 소치로 여기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있었다.

처음으로 교인을 떠나보내면서 깨달은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모든 교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평생을, 어떤 이는 대를 이어서 교회를 섬기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는 몇 년을 혹은 몇 달을 머물며 하나님이 보내신 역할을 하다가 떠난다.

이 아픈 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나 같은 초짜 목회자의 고된 과제가 아닐까 한다. 오는 이는 환대하고, 떠나는 이는 축복하는 것이 목회자가 걸어야 할 길이다. 교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시는 이는 목사도 아니고, 열심인 교우도 아니며, 하나님 한 분 뿐이시다.

교인이 느는 것만이 축복이 아니며, 교인이 떠나는 것도 꼭 불행이 아니다. 성장하고 쇠퇴하는 것, 들어오고 나가는 것, 만나고 헤어지는 것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 아래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 분들이 내게 그 선물을 전달해주고 떠났다. 그 분들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고승표 목사 / 하나충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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