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2020년말까지 '폐지'
종교계 시민단체...'유감' 표명 '보완법 요구' 전망
작성 : 2019년 04월 11일(목) 16:14 가+가-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 처벌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에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낙태 일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 위헌이나,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법개정 시한을 내년 말인 2020년 12월 31일로 두고 국회의 법 개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형법 269조 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270조 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헌법재판소는 임신 여성이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또한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를 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낙태 전면금지는 위험하며 임신 초기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사 시간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임산부 동의를 받아 낙태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법은 위헌이라고 봤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형법 269조와 270조는 사라지고, 임신 후 일정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태아의 생명과 출산을 원하는 여성의 권리는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며 태아의 독자적 생명권을 강조해 온 교계와 시민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을 비롯한 프로라이프와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등은 성명서를 통해 "헌법 정신은 모든 생명의 보호라고 되어 있고, 민법에도 생명의 시기는 수태한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제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가치교육, 상담 등을 통해 여성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는 지난 12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존중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결정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뤄낸 결실"이라며 한국 사회 여성인권 향상에 큰 도약을 이룬 것이며 여성들의 요구에 바르게 응답했다고 평가했다.
 
한국Y는 "우리사회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해왔다"며 "여성의 건강권은 보호받지 못했다"며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벌이며 여성을 재생산의 도구로 공공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관계부처가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국회가 법개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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