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현장에서
작성 : 2019년 04월 08일(월) 16:19 가+가-
지난 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된 불이 최대풍속 초속 26m가 넘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30여분 만에 속초시내까지 덮쳤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이재민이 발생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타고 있던 호텔 투숙객들과 아파트 주민들이 급하게 대피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혼란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산불이라서 3단계 격상(역대최초)까지 놓이게 되었다. 속초시내까지 번질 수 있다는 소식에 필자의 가족들은 간단한 짐만 챙겨 밖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 와중에 재난경보 소식이 핸드폰에서 21번이나 울렸지만 대피 장소 변경으로 혼란스러웠고, 특별재난 방송도 도움이 안됐다. 실제로 모 방송사는 현장상황 묘사만 반복하고 대피를 위한 실질적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주민들은 대피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살면서 그렇게도 긴 밤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른 새벽 동해바다는 어김없이 아침 해가 떠올랐다.

SNS에서는 주유소 등 화기시설에서 화마를 막기 위해 폭발위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애쓰는 소방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소식과 인명피해가 없이 무사하길 바란다는 마음이 계속 올라왔다. 지면을 통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동해안 산불은 재앙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할퀴고 지나간 화마는 작은 마을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간 괴물이었다. 속초와 고성의 학교 휴교령과 더불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한 정부는 헬기 57대, 소방인력 1만7000명, 군장비 총동원 장병 2만 여 명투입, 전국 소방차 872대를 투입했지만 화마가 덮친 속초와 고성지역은 산림 250ha, 사망 1명 부상 11명 이재민 4000명, 주택 136동이 소실됐다. 역대 산불 피해 중 가장 큰 피해 기록을 쓰게 됐다.

지인들과 화마가 삼키고 간 현장 이곳 저곳을 방문하며 이재민들의 손을 잡고 위로를 드렸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매캐한 냄새와 아직도 타다 남은 불씨로 뜨거웠다. 아픔을 나누는 데 가슴이 쓰렸다. 실제로 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헐레벌떡 집을 빠져나왔다며 긴급한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옷가지를 챙길 겨를도 없었다. 6·25전쟁 당시 전투 폭격에도 주택 10여 채만 불에 탔다고 하는데 이번 산불은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속초장천마을 사람들 대부분 60~80년 살고 있는 토박이인데 6·25 전쟁 보다 더 무서웠다고 한다. 숟가락 젓가락 하나 챙기지 못하고 입던 옷 그대도 애지중지 쌓아온 생활터전을 한 순간에 잃게 된 것이다.

화마가 지나간 속초시내 중심가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한산한 상황이었다. 주말이면 북적이던 중앙시장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다. 많은 숙박시설은 취소사태가 발생해 텅텅 비어있다. 이번 화마로 피해를 입은 영동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많은 분들이 이 곳을 찾아와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는 아픈 마음을 보듬어 안고 복구에 힘쓸 것이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속초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어 주길 부탁드린다. 특히 우리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도와주길 바란다. 지역 농수산물 팔아주기 운동, 관광하기 등의 캠페인을 부탁드리고 싶다. 이를 위해 대한안경사협회 지부들이 방문을 약속해주었다. 6·25전쟁 때 보다 더욱 심할 정도로 무서운 이번 속초와 고성 화마,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김상기 장로/속초만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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