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의 마음 이해하기
(5)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작성 : 2019년 04월 10일(수) 11:26 가+가-

욥의 마음 이해하기 - 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구약성경 욥기는 42장으로 마친다. 43장은 없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작가가 쓰고 싶었던 욥기의 후속편 같은 성격이라 할 수 있다. 글의 무대는 어떤 광역시와 가까운 목양면이란 마을이고, 그곳에 자리 잡은 4층 교회 건물이 불타면서 욥의 고통을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다. 작가는 욥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결국 누구도 쉽게 욥을 비난할 수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면서 그 생각의 전말도 밝히고 있다.

갑자기 일어난 불로 인해 목양교회 건물은 전소되고 최요한 담임목사를 비롯한 여섯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꽤 많은 수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주로 건물 위층의 원룸에 거주하던 이들의 피해가 컸는데, 정작 최초 발화지점은 지하 1층의 교회 교육관이었다. 거기 있는 교회 사무실과 담임목사실 사이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소설은 각기 다른 목격자들이 화재 사건 조사에 나와 진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다. 첫째, 불을 지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최 목사일까, 11살 아이 정민석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일까, 그냥 합선된 것은 아닐까? 소설은 최요한 목사의 인간적 고통을 비춘다. 조용한 모범생 스타일로 무엇이든 속으로 삼키고 기도하는 사람이지만, 그에게는 무거운 멍에가 있다. 이 교회를 세우고 자신을 담임목사로 세운 아버지 최근직 장로의 위엄, 그 아버지에게서 은총의 결실로 태어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담감, 매사에 철저한 관리형인 부인, 선택의 여지가 없이 목회의 길을 가야 하는 스스로의 짐 등이다. 그는 마음의 대화를 나눌 대상을 찾으려 했으나, 그 사이에 낀 당돌한 11살 소년은 쓰레기더미에 불을 지르는 등 정제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둘째, 더 큰 관심은 아버지 최 장로의 회개에 관한 것이다. 그는 선하게 살았으나 불의의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욥 같은 처지에 떨어진다. 그러나 극적인 순간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고, 재혼해서 아들 요한을 얻었으며 사업이 잘 되어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푼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티끌과 잿더미 속에서 회개하여 얻은 선물인 아들을 소개하며 간증을 한다. 하지만 소설은 최근직 장로가 들었던 그 목소리가 하나님의 것이었는지 아니면 자기 의지였는지를 묻고 있다. 욥기 38장에서 40장에 이르는 하나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에 반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욕망과 의지를 밝혀내려 한다.

마지막 궁극적인 관심은 욥에 대한 이해와 신앙적 해석의 문제이다. 작가 이기호(1972~ )는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독자들은 작가의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빠져 있다가 인간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발견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한다. 이 이야기도 역시 인간의 부끄러움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아예 하나님을 비켜나서 가식적인 인간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나올 법한 비판, 곧 인간의 허위의식에 관해 쓰려면 다른 소재도 많은데 왜 하필 성경과 교회를 소재로 삼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작가는 스스로 방어한다. "만약 이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신다면 작가가 더위를 먹어서 그런 거라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작년 여름에 이 작품을 내면서 쓴 작가 특유의 위트지만, 독자의 관점에서는 이 작가가 부끄러움을 극복할 최상의 가치로 기독교 정신을 설정해 놓고 있다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미 '최순덕 성령충만기''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등 교회와 신앙에 얽힌 이야기를 즐겨 쓴 경력이 있다. 이 작품의 끝부분에 교회 조직에 관한 지식을 남에게서 들었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소설적 장치의 하나일 뿐 작가의 관심은 기독교를 떠나지 않고 있다.

김수중 명예교수(조선대, 동안교회 협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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