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바란다
[ 시론 ]
작성 : 2019년 04월 02일(화) 08:17 가+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에 우리는 멘탈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 작년 평창올림픽 이래로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바람이 북미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꽃을 피우고 곧 열매를 거두게 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괄타결의 빅딜을 요구했고, 북한은 단계적인 접근을 고수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회담이 결렬된 후 미국이 대북제재를 강조할 때, 남한은 남북경협의 가능성을 타진함으로써 동맹국인 한미 간에 엇박자를 내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초청형식으로 4월 11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관계를 강화하고, 완전한 비핵화 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양국의 공조방안을 협의할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운전자론과 북미의 발전적인 관계를 위한 남한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 왔다. 경색되고 있는 북미관계와 녹록치 않은 남북관계의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미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평화로운 한반도의 내일을 당겨올 수 있을까?

무엇보다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든 회담에는 당사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있다. 각각의 회담 당사자들은 최대 관심사에 가장 근접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래서 밀고 당기는 지루한 과정을 이어간다. 이때 수가 틀리다 여겨지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게 된다. 회담 당사자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회담 이전보다 악화된 서로의 관계를 초래하고 만다. 그러므로 한미정상들은 자신의 최대 관심사를 역지사지해서 보고, 작은 타협이라도 이루어냄으로 신뢰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전쟁 이래로 한미는 강력한 동맹관계에 있다. 동맹관계란 주종의 종속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주권을 인정하는 대등한 관계로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냉혹한 국제환경에서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에게 일정 부분의 이익을 주고받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최강의 미국과 동맹관계라고 해도, 한국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한미정상들은 북미관계의 촉진을 위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인정하는 동시에 한국 스스로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의 긴장, 갈등, 대립을 강화했고,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러한 틈에 다국적 군산복합체들은 분단을 관리하며 무기판매에 여념이 없었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군산복합체 기업들은 그간의 이익을 상실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변수이다. 그러나 평화로 인한 교류가 산업 전반에 주는 경제적인 이익이 전쟁에 기생하는 군산복합체의 경제적인 이익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한미정상들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공존과 상호번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과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주장은 서로 대립적이거나 양자택일적이었다. 당장 굶어서 죽어가는 북한 주민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중지하고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인권의 가장 중요한 생명권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생명권에서 파생되는 여타의 인권 항목들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방기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한미정상들은 인도주의적인 지원과 인권에 대한 주장을 병행하고, 필요한 경우 인도주의적인 지원과 인권을 맞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초창기 한국교회가 공공차원에 적극 참여했던 3.1운동을 돌아보며, 지금은 생명운동, 평화운동, 통일운동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적인 역학관계로 인해 정부가 남북관계에 소극적일 때 평화의 사도로서 민간차원의 창구역할을 잘 감당해야 할 것이다.

정종훈 교수(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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