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오래 행복하게 살아가야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부곡교회 박재관 목사
작성 : 2019년 04월 02일(화) 17:59 가+가-

최근 기증받은 신형 트랙터 앞에서 함께 한 부곡교회 박재관 목사 부부.

지난 1월 31일 교회에서 열린 트랙터 기증식
경상남도 산청 부곡에서 지난 10여년간 인근 농민들을 위해 트랙터로 농사를 도와온 부곡교회 박재관 목사가 최근 지역의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해 11월 KBS 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 박재관 목사를 주인공으로 한 에피소드 '우리 같이 오래 사입시더'가 5일간 시리즈로 방송되고 난 후 마을주민들은 2009년 12월부터 늘 같이 생활해오던 박 목사의 존재가 새삼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 후에도 박 목사의 생활은 변한 게 없다. 교회의 성도들을 심방하고, 설교를 준비하고, 논이나 밭을 갈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트랙터를 끌고 출동하는 일이 그의 주요 일과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귀와 가슴에 닿아 공명하며, 어떤 작용을 하게 마련이다. 묵묵히 지역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박 목사의 우직하고 근면한 삶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이를 시청한 농기계 생산업체 동양물산 김희용 회장이 박 목사에게 최신식 트랙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온 것.

방송에서 오래된 트랙터가 자꾸 말썽을 일으키는 장면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낀 김 회장이 지역 본부장을 보내 트랙터의 상태를 확인하고, 교체가 필요한 지 여부를 체크하게 한 것이다.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김 회장은 지난 1월 최신형 트랙터를 보내왔다.
트랙터로 로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박 목사. 신형 기계에는 아직 장비를 달지 못해 예전 트랙터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교회에서 열린 트랙터 기증식은 그야말로 지역주민들의 잔치였다. 교인들은 물론 면장과 동네 이장을 비롯한 온 마을 사람들이 다와서 축하했다. 지역 유지들과 주민들은 박 목사에게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박 목사는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로 그 순간이 감격스러웠다"며 "트랙터가 내년에는 작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터였는데 감사하게 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아내 강명희 씨도 "사실 새 트랙터를 달라고 5~6년간 기도하고 있었다"며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간증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우리 부부가 기도해 온 것을 아는 성도들의 신앙도 한뼘 자라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26일 기자가 산청 부곡을 찾은 날에도 박 목사에게는 두 곳에서 트랙터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산 중턱에 있는 두마지기가 채 안되는 꼬불꼬불한 작은 논은 농사일을 모르는 기자가 보기에도 작업하기가 까다로워 보였다. 농사일을 꼼꼼하게 한다고 아내가 붙여준 '박꼼꼼'이라는 별명답게 박 목사의 일처리는 꼼꼼했다. 작업하기 어려운 곡선과 경사진 구간까지 박 목사는 꼼꼼하게 작업한다. 중간에 돌덩이들이 발견되자 트랙터에서 내려 돌덩이들을 치우더니 기자를 향해 "목회 또한 사람 마음 밭에 있는 돌을 치워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트랙터로 로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박 목사. 신형 기계에는 아직 장비를 달지 못해 예전 트랙터로 작업을 하고 있다.
논 주인인 박동순 할머니는 3년전부터 부곡교회에 출석한다고 했다. 90세의 박 할머니는 "몸이 힘들어 목사님 아니면 농사는 어림도 없다. 목사님이 로타리(논을 갈아 엎는 작업) 쳐주고 타작까지 다해주셔서 할 수 있다"며 "정말 인품 좋은 우리 목사님이 어디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처음 부탁드렸을 때 수고하셨다고 수고비를 드리니까 받지 않고 교회에 헌금하라고 하셨다"며 "골짜기에 있는 작고 꼬불꼬불한 우리 논에는 업자들이 돈이 안되서 오지 않는데 목사님이 해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오영순 할머니(84세)는 로터리 작업을 마친 박 목사에게 검은 비닐 봉지를 건넨다. 과자와 두유가 들어 있었다. 오 할머니는 "박 목사님이 좋아하는 것들"이라며,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군것질 거리를 챙긴다고 한다.'인간극장' 이후 부곡교회는 올해만 4명이 등록해 이제 교인이 25명이 됐다. 소문을 듣고 전국 여기저기서 한번씩 들러 예배를 드리고 간 이들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극장'의 제목인 '우리 같이 오래 사입시더'와는 달리 사실 박 목사는 방송후 교인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헤어질뻔 했다. 서울의 한 교회로부터 중요한 사역을 맡아달라는 청빙 제안이 왔기 때문.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부곡교회에서 그 동안 너무나 고생한 걸 아는 교인들도 차마 잡지 못하고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말해 제안을 받아들이려고도 했지만 다음날부터 교인들이 집으로 울면서 찾아오고, 만나는 마을 사람들마다 가지말라고 붙잡는 통에 부부도 마음이 어려워져 결국 병이 나서 병원신세까지 졌다고. 결국 이곳에 남겠다는 결심을 하자 증세가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교인들과 주민들 곁에 남기로 결심하자 마음이 너무 편해졌어요. 사실 그동안 이런 저런 청빙 전화가 몇번 있었는데 올 때마다 바로 거절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었거든요. 이번 일로 제가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오히려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박 목사는 하루 빨리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계획을 꿈꾸고 있다. 우선 신형 트랙터를 기증한 동양물산에서 벼·보리·밀·목초종자 등을 동시에 탈곡·선별작업을 할 수 있는 콤바인도 조만간 보내주기로 한 터라 이 신형 기기들을 습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할 농기계 창고를 지으려고 한다. 이와 함께 농장 부지가 생겨 교회가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 중에 있다고.

"주민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목사는 "주민들이 정말로 마음 속으로 인정하는 주민"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인간극장' 제의가 왔을 때 사실 여러번을 고사했는데 딱 한가지 마음이 들어 결국 승락을 하게 됐다"며 "우리의 사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평안을 얻고, 시골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이 소망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는데 여러분들이 감동과 희망을 얻었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가 넘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사람들이 목사님 여기서 오래 오래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깊은 감동을 받는다"며 "나도 이 시골에 올 때부터 주님이 밥 주시면 밥 먹고, 국수 주시면 국수 먹고, 아무 것도 안주시면 금식하겠다는 각오로 은퇴할 때까지 목회하려고 온 만큼 서로 돕고,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그렇게 웃으며 더불어 오래 살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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