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시대와 창세기 1장
[ 기고 ]
작성 : 2019년 03월 25일(월) 18:52 가+가-
20세기 초, 의사로서 정신분석학을 창도한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기독교를 주류로 삼은 인류는 지난 역사 속에서 과학으로부터 두 차례 큰 모욕을 당했다." 그 가운데 첫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 되는 항성계 변방에 위치한 티끌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일이며, 둘째는 생물학적 탐구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동물 계통의 한 후손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고대, 중세 사람들은 줄곧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한 천동설을 신뢰하였는데, 현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라는 것, 또한 물리학을 통해 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편 생명과학 분야로는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했다. 인간을 '창조의 최고봉'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존재로 믿고 살아온 인류를 향해, 다윈은 인간 역시 진화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다른 생명체들과 얽혀 환경에 적응해 온 단순한 생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과연 기독교는 프로이트가 말한 것처럼 지동설과 진화론에 의해 진정 모욕을 당한 것일까?

우주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 즉 '우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주 안에는 수많은 은하계가 존재하며, 우리가 사는 지구를 포함하고 있는 태양계와 같은 항성계가 각 은하계 안에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태양은 은하계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한편 우주는 지속적으로 팽창 중인데 만일 시간을 되돌리면 우주가 생겨나게 된 하나의 시점, 즉 특이점이 발견될 것이다. 이 하나의 시점이 곧 빅뱅의 순간이고, 이 순간에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다. 이는 우주의 기원에 대한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주의 시작점인 빅뱅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우주가 중심이나 끝이 없기 때문에 우주의 중심이 어디인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도 찾아볼 수 없다. 즉 은하계의 수많은 별들은 분명 태양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지만 정작 이 태양의 위치를 일원적으로 설명할 기준점이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생각하자면, 결국 과학자들은 어느 곳이든 우주의 중심으로 지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에 있는 우리가 은하계에 존재하는 별들을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우리는 지구를 '중심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우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 과학이 빅뱅의 순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 대안으로 창세기 1장을 제시하는 일 역시 가능하다. 성경은 시간과 공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이 태초에 이 세상을 창조하신 사역이 있기 때문이다. 이사야도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그가 하늘을 차일 같이 펴셨으며 거주할 천막 같이 치셨고"(사 40:22). 이사야는 그가 서 있는 곳이 곧 우주의 중심이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늘이 지금의 우주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19세기 중엽, 원래 기독교 신자였던 다윈은 세계여행 중에 적도 근처에 사는 조류의 진화를 연구하였고,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종의 기원'을 발표함으로써 현대 진화론의 시작을 알렸다. 다윈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21세기 진화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존재가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보존을 위한 작용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유전자 중심의 생명에 대한,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와의 상관관계 안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운명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유전자 결정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유전자 중심의 생명이해는 인간의 정신조차 초자연적 실체가 아니라 단지 뇌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물리화학적 작용에 불과하다고 간주하는 진화론적 인식론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인간 고유의 정신적 존엄성을 무시하는 자연주의적인 발상이다. 실상 진화 생물학자들은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해, 다시 말해 어떻게 무생물로부터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탄생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에 다섯 차례의 대 멸종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왜 마지막 대멸종 이후 인간이 나타났으며, 인간이 지구의 환경조건 변화에 가장 적응하기 힘든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현재 세상을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인간이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 더 창조적일 수 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생명체가 출현했다고 가르치고 있다. 창세기 1장의 기록대로라면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 다시 말해 유전자에 의해 "생육하고 번성하는"(창 1:22) 생명체 모두는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가운데 유일하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그것도 가장 마지막에 지어진 피조물이기 때문에, 창조의 큰 능력과 지혜가 가장 온전하게 반영된 생명체로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성경의 창조기사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중대한 사안들에 대해 타당한 해명을 제시한다. 또한 이로써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딤후 3:16)는 가르침이 우주와 인간에 관한 자연과학적 탐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종용 교수(한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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