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주민 K씨의 삶
[ 현장칼럼 ]
작성 : 2019년 03월 25일(월) 11:41 가+가-

안하원 목사

어느덧 동구쪽방상담소가 생겨난지도 내년이면 20년째이다. 처음에는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이 거리노숙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 보호하는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거리에 있는 노숙인을 쪽방으로 안내하여 주거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의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 상담한 권00씨(49세) 이야기는 전형적인 쪽방주민의 이야기여서 소개 해 보고자 한다.

권 씨는 10살 때 집을 나왔다. 친어머니가 아닌 상태에서 집에서 차별받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경주를 거쳐 부산에 와서 살면서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상태에서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들게 살아왔다. 신문팔이부터 껌 장사, 중국집 배달, 일용잡일 등 열심히 살다보니 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가서 3년동안 옥살이 같은 생활을 하고 무사히 살아 나왔다. 형제복지원을 나와 서울로 가서 처음으로 직장다운 생활을 했다 한다.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과 잡지를 편의점, 서점에 납품하고 배달하는 일이었는데 그나마 그때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정식 결혼은 아니었지만 가정도 꾸려봤다 한다. 그런데 IMF때 부도가 나서 직장을 잃었다. 그때 뇌경색과 당뇨가 와서 병원에 입원하여 몇 개월 치료하다보니 월100만원씩 하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퇴원을 했는데 갈 곳이 없어서 거리를 전전하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하는 심정이 들어 한강에 가서 자살을 시도했다. 죽으려고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고 한다. 모든 걸 내려 놓고 강물에 뛰어들었는데 깨어보니 병실이었다. 119에 구조 된 것이다.

이후 병원을 나와 무작정 기차를 타고 부산에 왔는데 구포역에서 노숙을 하다 쪽방상담소를 알게 되어 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쪽방에 들어온 이후 간간히 노동하며 자기의 기본생활은 유지해 나갔다. 심한 당뇨와 뇌경색, 우울증으로 여전히 생활에 어려움은 많지만 최근에는 임시주거지 지원을 받아 주거안정도 이룬 상태이다. 상담소에서 지속적인 관리와 각종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자립의지를 키워 나갔다. 상담소에서 실시중인 자활사업에도 참여 하여 택시기사나 버스운전기사를 준비하고자 1종 대형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권 씨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즐거워 하고 있다. 권 씨처럼 자살시도로 인생을 포기하려다가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이것이 쪽방상담소의 존재 이유이다.

우리사회가 GDP 3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나 여전히 노숙인이 존재하고 쪽방에 거주하는 최하 빈곤층은 줄지 않고 있다. 국가와 교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안하원목사/동구쪽방상담소 소장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