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고레스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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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03월 20일(수) 17:08 가+가-
이규환 교수3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바이블은 공교롭게도 이스라엘 민족이 아닌 두 이방인의 왕, 즉 바사(페르시아) 제국을 창건한 고레스왕과 헬라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대왕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앞 칼럼 '바이블에 관한 역사적 소고(小考)'에서 기술한 바 있다.

고레스(Cyrus, '키루스'라고도 함)는 구약성서에 많은 구절에서 칭송하는 인물로, 이사야 선지자는 그를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 하였고, 또 유명한 다니엘 선지자는 고레스 치하에서 총리를 지냈다.

고레스왕은 B.C.539년 바빌론 벨사살왕을 정복하고 바빌론 제국을 멸망시켰다. 그는 바빌론 느부갓네살왕에 의해 바빌론에 잡혀온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켜 7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으며, 느부갓네살왕이 빼앗아 온 신상들을 예루살렘으로 되돌려 보내어 여호와의 성전을 재건하도록 했다. 하나님은 이방인의 왕을 통해 이사야의 예언을 이루셨다.

제국을 창건한 고레스왕은 칙령을 내려 최초로 인간의 기본권과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다. 또 그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점령지 주민들의 약탈을 금지시켰으며, 각종 유화정책을 실시했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강압적인 통치가 아니라 점령국의 다양한 민족의 종교와 문화, 왕조를 존중하면서 다스렸다.

역사상 고레스왕처럼 점령 민족들로부터 칭송을 받은 왕을 찾아보기 힘들다. 훗날 알렉산더대왕조차 그를 위대한 군주로 칭송했으며, 비록 바사 제국을 멸망시켰지만 고레스의 무덤인 파사르가드만은 파괴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역사가 크세노폰(Xenophon)은 고레스왕을 가장 이상적인 통치자의 모범으로 묘사하며, '비길 자가 없는 가장 위대한 세계 정복자'로 표현했다

고레스왕의 훌륭한 인품을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일화는 유명하다.

어느날 그가 한 나라를 정복한 후 적국의 왕과 그 가족들을 사로 잡았다. 고레스는 잡힌 왕에게 물었다."내가 만약 그대를 살려준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저를 살려주시면 제가 갖고 있는 전 재산의 반을 대왕께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고레스는 또 물었다. "그러면 내가 그대의 자녀들을 다 살려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게 해주신다면 제가 갖고 있는 전 재산을 다 드리겠습니다." 고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만일 그대의 왕비를 살려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고 묻자 망서림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제 목숨을 대왕에게 바치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고레스왕은 매우 감동해서 잡힌 적국의 왕과 왕비 및 그들의 자녀들을 다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복한 속국의 왕으로 그 나라를 다스리게 해 주었다.

이런 소문이 주변 나라에 퍼지면서 고레스왕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바사(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페르시아(이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존경과 지지를 받는 고레스는 마치 로마의 로물루스, 이스라엘의 모세 같은 존재라 하겠다.

고레스는 제국 창건자 이상의 존재로, 용맹하면서도 관대하고 아량있는 정복자로서의 영웅적 자질을 지녀 고대 모범적 통치자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바람직한 리더십 상(像) 연구에 교훈을 주고있다.

이규환 교수 / 전 중앙대 정경대학장 및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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