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역량을 얕보지 말자
이진 목사2
작성 : 2019년 03월 15일(금) 10:00 가+가-
우리 마을에 귀촌한 교우 병문안에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이 동행해 주셨다. 가고 오는 먼 길, 비좁은 승합차 안에서 솔직담백한 이야기꽃이 피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오다 보니 옷은 제대로인데 밭일하는 장화를 신고 나왔다고 한바탕 웃으시더니, 금방 또 친정엄마 얘기로 숙연해 진다.

고생하는 딸 걱정하며 사시는 게 마음 아파 공연히 엄마한테 마구 퍼부었던 옛날 얘기를 하며, 평생 한 번도 앉아계신 걸 못 봤는데 이제는 침대에만 계신다고 눈시울 붉힌다.

홀몸으로 자녀들을 키워내신 권사님이 얼른 얘기를 이어간다. 개불 갯지렁이 잡는 달인으로 주가를 한창 올리던 시절, 그게 '을매나 재미지던지' 허리 끊어지는 줄도 모르고 일하셨다고. 그런데 이제는 자꾸만 허리가 구부정해 지신다고 한다. 어느덧 시내에 접어들자 입원하신 분과 가족들 생각으로 차 안이 조용해졌다. "이번에도 괜찮아지시겠지요?" 젊은 장로님의 목소리에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우리 장로님 세 분은 다 대장부 같은 여성들이다.

귀가 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제는 내편이 된 남편' 얘기였다.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더니 웬 세탁기도 돌리고 빨래를 싹 털어 널어 준다며 자랑한다. "이런 일까지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아" 하면, "별말씀을요, 우리 장로님이 늘 수고 많으십니다아"하더란다. 또 다른 장로님은 밭일을 하다 전기밥솥 눌러놓는 걸 깜빡한 게 생각나서 급히 전화를 했다. "밥솥 좀 눌러 주세용~" 그리고 부랴부랴 들어가 보니, 전원 스위치만 눌러놓고 취사 버튼은 그냥 있더라나. 온갖 농기계로 평생 농사일을 했는데 '밥솥 운전은 왕초보'더라는 얘기에 평소 말씀이 없는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실실 나왔다.

돌아와 밤이 늦었는데 교회 식당에 불이 훤하다. 문을 열고 보니 말려 놓은 가래떡을 후딱 썰어놓고 가시겠다고 한다. 한창 여전도회 활동이 활발할 때, 우리 장로님들은 다들 연합회 회장을 한 번씩 맡으신 리더들이시고, 남편 집사님들도 멋진 분들이시다.

그런데 나는 요즘 마음이 답답해지는 소리를 듣는다. "여 장로들이 뭘 모르고…" 어떤 남자 장로들이 그러더라는 것이다. 바라건대 각 노회 여전도회연합회의 시찰회 모임에라도 겸손히 배우는 자세로 한 번 참석해 보시기를 바란다. 100년이 넘은 역사에 쌓아온 선교, 교육, 봉사, 리더십, 그늘진 이웃을 위한 사역과 역량을 사실 우리는 너무나 모르고 있다.

최소한 법과 규칙을 지키며,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고, 민주적으로 의결된 사안들을 함께 실천해 가는 이런 여전도회연합회의 활동들이야말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노회나 우리 총회를 회생시킬 엄청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이진 목사 / 한마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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