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게 하소서
'사바하'를 보고
작성 : 2019년 03월 13일(수) 10:00 가+가-

영화 '사바하' 중.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날이니?" 성탄을 앞두고 즐거워하는 고요셉 전도사(이다윗 분)에게 박 목사(이정재 분)가 한 말이다. 이어 "사실 너무 슬픈 날"이라며, 헤롯의 유아대학살 사건을 설명한다.(마 2:16) 영화 '사바하'는 예수의 탄생이 아니라 그 당시 희생당한 아이들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짙은 불교색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지만 흥미롭게도 감독이 가진 기독교적 경험과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감독은 2015년 IS 파리 테러사건으로 무기력한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선교지에서 무슬림 소년에게 가족을 잃고 하나님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 속물적인 박 목사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모태신앙 집사로서, 자신이 가진 "반항적인 유신론자"의 모습을 박 목사에 투영시켰다고 했다. 영화가 불교와 기독교 세계관이 뒤섞여 불편하다면, 신흥 종교집단 '사슴동산'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추격자이자 관찰자 박 목사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도 영화를 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영화는 1999년 어느 날, 영월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16년 후, 정나한(박정민 분)은 자매의 생명을 위협하고, 박 목사는 '사슴동산'이 1999년 영월 출생 여자아이들의 죽음과 연관이 있음을 깨닫는다. 한편 기독교와 달리 불교적 세계관에서는 누구나 수행에 의해 불사의 존재이자 사람들을 구원할 미래의 부처, 미륵이 될 가능성에 열려있다.

교주 김제석을 아는 이마다 그를 '진짜' 신이라고 칭송했지만, 자신을 죽일 여성이 1999년 영월에서 태어난다는 예언을 들으면서 달라진다. 16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죽인 것이다. 제석은 미륵이 아니라 '짐승'이었으며, 메시아가 아니라 '헤롯'이었다. 탐욕과 집착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제석은 예수 그리스도와 갈린다. 제석은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하여 숱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지만 예수님은 죽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그 분은 자신의 죽음을 알고도 한없는 사랑과 자비로 인류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고, 죽음을 이기시며 부활하셔서 영원히 계시는 분이다.

이 모든 일을 지켜보던 박 목사는 시편 59:1~4, 27:9의 말씀을 읊조린다. '나' 대신에 '우리'를 넣어서 말이다. "주의 얼굴을 '우리'에게서 숨기지 마시고…'우리'의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우리'를 버리지 마시고 떠나지 마소서"(27:9). 그리고 "춥다"며 죽어가는 나한에게 자신의 겉옷을 덮어주고 간구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어디 계시나이까…깨어나소서 저희의 울음과 탄식을 들어주소서 위로하소서 당신의 인자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하시고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영화의 제목 사바하는 불교 용어로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의 '아멘'과 비슷하다. 아마도 감독은 악의 활동으로 인한 개인의 고난 뿐 아니라 공동체, 인류의 고난을 대리하여 구원을 이미 이루시고 계속해서 이루어가시며 마지막 날 완전하게 이루실 하나님께서 부디 그 얼굴을 드러내 위로해달라고, '우리'를 대리해 간구하는 자신의 간절함을 이 영화에 담은 것이 아닐까.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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