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동포가 분발해…자유·독립 회복하라"
기독교교육사상가열전 8. 안중근 <2>유언과 유묵에 나타난 교육사상
작성 : 2019년 02월 26일(화) 08:20 가+가-
거사 후 안중근은 하얼빈의 일본영사관을 거쳐 뤼순에 있던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 송치되어 1910년 2월 7일부터 14일까지 6회에 걸쳐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 재판은 이미 죽기를 각오한 안중근조차도 "판사도 일본인, 검사도 일본인, 변호사도 일본인, 통역관도 일본인, 방청인도 일본인. 이야말로 벙어리 연설회냐, 귀머거리 방청이냐. 이러한 때에 설명해서 무엇하랴?"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일본인에 의해 형식적으로 진행되었고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2월 14일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순국 직전 동포들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내가 한국 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들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

안중근의 유언에 담긴 "2천만 동포가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자유·독립을 회복하라"는 당부는 그의 교육사상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교육가 안중근은 비록 1년 여의 짧은 기간 동안 진남포의 삼흥학교와 돈의학교를 경영하며 교육에 종사한 것이 전부지만, 그 목적이 대한 독립을 위한 역량 축적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삼흥학교는 안중근이 1906년 3월 가족을 데리고 청계동을 떠나 진남포로 이주하면서 모든 가산을 정리하여 설립한 학교이다. 교명을 삼흥학교라고 한 것은 사흥(士興)·민흥(民興)·국흥(國興)이라는 설립 목표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사흥(士興)은 자기 자신을 일으켜서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애국자를 양성한다는 뜻이고, 민흥(民興)은 백성을 일으켜서 정의롭고 애국심 강한 국민을 양성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국흥(國興)은 국토를 일으키고 번영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부강한 나라, 살기 좋은 국가를 건설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돈의학교(敦義學校)는 천주교 진남포본당에서 설립한 학교로 안중근은 교장이었고 운영은 빌렘(한글명 홍석구 洪錫九) 신부가 주로 맡았다. 안중근은 평소 "天堂之福永遠之樂(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다)"라는 글귀를 애용할 만큼 독실한 신자였다. 여러 차례 빌렘 신부를 수행하여 황해도 일대를 순회하며 전도활동에 참여했는데 돈의학교도 교육선교의 일환이었다. 이런 점에서 삼흥학교가 안중근이 가산을 들여 설립한 '민족교육의 산실'이라면, 돈의학교는 그의 깊은 신앙심이 만든 '개화의 전당'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설립하여 '대한의 동량지재'(棟梁之材)를 배출하려던 그의 생각은 "학문보다 신앙이 중요하다"는 뮈텔(Mutel, 한글명 민덕효 閔德孝) 주교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안중근은 선교사가 전교에만 열심이고 민족교육에는 무관심한 것을 분하게 여기고 마음속으로 "교회의 진리는 믿을지언정 외국인의 심정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한편 안중근은 옥중생활을 통해서 여러 점의 유묵을 남겼는데, 하나같이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보물들이다. 그의 유묵 가운데는 '황금백만이불여일교자(黃金百萬而不如一敎子, 황금 백만 냥도 자식 하나 가르침만 못하다)', '박학어문약지이례(博學於文約之以禮, 글공부를 널리 하고 예법으로 몸단속하라)'처럼 교육에 관한 내용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일불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의 글귀는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밖에도 '인무원려난성대업(人無遠廬難成大業,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못하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이나 '용공난용연포기재(庸工難用連抱奇材, 서투른 목수는 아름드리 큰 재목을 쓰기 어렵다)' 등의 유묵에서 교육사상가 안중근의 진면목을 대하게된다. 32년에 걸친 안중근의 짧은 생애는 조국의 독립을 위한 한결 같은 투쟁이었고, 교육은 그가 꿈꾸는 위대한 대한을 건설하기 위한 구국의 수단이었다.

김형석 목사 / 역사학 박사, 통일과역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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