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해를 떠나 존재하는 동물세계
동물을 대하는 신앙인의 자세(2월특집) 1. 구약성경은 동물에 대해 무엇이라 말하는가?
작성 : 2019년 01월 28일(월) 11:04 가+가-
최근 동물보호단체인 케어(CARE)의 대표가 동물들을 구조한 후 직원들도 모르게 비공개로 안락사를 직접 지시해 온 것으로 알려지며 세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반려동물 학대 및 유기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나섰다. 사회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인간 중심적 사고로 학대하고 폭력을 일삼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세간에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향했던 인권 감수성이 동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본보는 2월 특집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동물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본다. <편집자 주>





구약성경에서 동물에 대해서 말하는 본문으로 창세기 1장과 시편 104편과 욥기 38~41장의 세 가지 본문을 말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본문은 '창조세계에서 드러나는 하나님 통치'의 주제를 담고 있어 동물에 관한 많은 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첫 번째 본문인 창세기 1장에서 묘사된 동물세계는 인간의 '다스림' 안에 있는 동물세계이다. 창세기 1장에서 인간 창조는 창조사역의 정점으로서 묘사된다. 그러나 인간창조는 하나님의 창조행위 자체로 끝나지 않고 인간에게 부여하신 특별한 임무를 통해 창조의 목적이 서술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되었고 '모든 생물/동물을 다스리라'(창 1:28)는 사명이 주어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명령이 '땅을 정복하라'(dominium terrae)의 교리의 근거가 되어 자연 착취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의 연구들을 통해 이 구절에 대한 잘못된 이해들이 시정되고 있다. 특히 '다스리라'로 번역된 히브리 동사 '라다 '의 의미를 '짓밟다'라는 기본의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아 무력적 지배의 근거를 제공하였던 종래의 견해가 반박되고, 양떼를 돌보는 '목자의 기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니까 동물에 대한 인간의 '다스림'은 일방적인 착취나 남용이 아니라 선한 목자와 왕으로서의 다스림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동물은 단순히 인간의 생존을 위한 수단이나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인간창조가 목적한 바를 이루는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창조된 인간 창조의 의미와 내용은 인간이 창조 목적에 맞게 동물을 잘 다스리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본문인 시편 104편에서 묘사된 동물세계는 인간세계와 '균등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동물세계이다. 시편 104편에서는 인간중심적인 어떤 주장도 발견할 수 없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에 대한 찬양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섭리로 생활해 나가는 모든 피조물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영역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중복되기도 한다. 그것은 물(10~11, 13, 16절), 음식(10~15절, 27절), 보금자리(12절, 17~18절), 시간(19~23절) 등으로 나누어 고찰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생물들의 생존에 필요한 것이며 좋은 것들로서 하나님이 의도적으로 피조물들을 위해 만드신 것이다. 시편 104편의 찬양 가운데 드러나는 창조세계는 상호의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생태계 안에서 긍정적이며 조화로운 세상이다. 동물과 인간이 각자 자신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이나 인간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먹이(27~28절)는 물론 생명 자체까지(29~30절)를 하나님께 의존하고 있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창조세계는 동물이나 인간 중 어느 한 편의 일방적인 조정이나 군림에 의해서 지배되는 세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본분에 충실한 삶을 살아감으로서 창조의 목적과 의미가 드러나는 곳이다. 따라서 시인은 감사와 순종이 아니라 불협화음을 통해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위협하는 죄인들과 악인들에 대하여 그들이 창조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갖지 않도록 소멸되기를 기도한다(35절).

세 번째 본문인 욥기 38~41장에서 묘사된 동물세계는 인간과의 이해관계를 떠나 존재하는 '자유롭고 다채로운' 동물세계이다. 욥기 38~41장에는 두 번에 걸쳐서 나타나는 욥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기술되어 있다. 이 가운데서 하나님의 응답에 관한 신학적 의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동물세계에 관한 언급이다. 하나님의 응답에서 언급된 동물세계는 창조주 하나님의 배려와 섭리를 보여주는 척도와 예증이 된다. 첫 번째 발언에서 하나님은 인간의 이해관계 밖에 있는 동물들(5쌍의 동물들, 38:39~39:30)을 사례로 삼아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필요에 순응하지 않고 자유롭고 다채롭게 존재하는 동물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 발언에서 하나님은 '베헤못'과 '리워야단'의 두 동물에 대한 묘사(40:15~41:34)를 통해 인간의 적대세력으로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위협하는 악과 혼돈의 세력이 창조세계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욥과 친구들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먼저 욥에게는 욥의 질문과 탄식에 함축된 인간중심적인 세계관을 교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된 세상은 다채롭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모순적인 세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욥의 친구들에게는 그들이 변호하고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빈틈없는 완전한 세계가 아니라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혼돈의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신비로운 세계임을 보여 주신다. 그렇지만 '베헤못'이나 '리워야단'이 하나님만이 제어하실 수 있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이 모든 것을 통제하시고 이끄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심을 깨닫게 하신다.

이상에서 고찰한 세 가지 본문들은 창조세계와 동물세계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것은 구약성경이 동물에 관한 다양한 그림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단선적인 시각을 통해서는 동물에 관한 올바른 관점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세 가지 본문들은 상이한 목소리들을 반영하면서 서로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인간의 '다스림' 속에 있는 동물세계에서 인간세계와 '균등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동물세계를 지나 인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자유롭고 다채롭게' 존재하는 동물세계를 보게 한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인간중심적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인간과의 이해관계를 떠나 '자유롭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존재하는 동물세계가 있고 적어도 인간세계와 '균등한' 모습으로 고찰되어야 하는 동물세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구약성경의 가르침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동물권'(動物權, animal rights)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창세기 1장의 창조기사에 나타나는 먹을거리에 관한 하나님의 명령은 매우 의미 있게 고찰된다. 하나님은 인간창조 이후 '온 지면의 씨 맺는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주시며 그것들이 인간의 양식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29절). 뒤 이어 동물들에게도 '모든 푸른 풀'을 먹을거리로 허락하신다고 말한다(30절).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것을 허락한 것은 창세기 9장 2~3절에서 보듯이 홍수사건 이후 인류에 대한 양보로서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서 이사야 11장 6~9절에서 묘사되고 있는 평화의 나라는 창세기 1장의 먹을거리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메시아 통치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평화의 세계는 인간과 동물사이뿐 아니라 동물과 동물 사이의 평화가 이루어지는 세계이다. 양이 이리에게 친절을 베풀며 표범이 어린 염소에게서 쉴 곳을 찾는다. 야생동물들이 길들여진 동물과 함께 친분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 두 종류의 동물들이 어린 아이에 의해서 인도된다. 이러한 현실세계에 대한 역전현상은 '소처럼 풀을 먹는' 사자들에 대한 묘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7절; 또한 사 65:25; 호 2:18). 이것은 처음 창조된 세계의 상태로의 복귀이며, 생존을 위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 의한 피흘림이 진행되지 않는 평화의 세계이다.



하경택 교수

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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