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서 있다고 하는 것
[ 목양칼럼 ]
작성 : 2018년 12월 14일(금) 13:58 가+가-
권대현 목사2
장례는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기쁨과 감사이기도 하지만 유가족에게는 떠나보내는 슬픔을 같이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때 필요한 것이 사람들이다. 떠나보내는 슬픔은 혼자 견디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문객들은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서 유가족들은 고인의 삶에 대한 회고와 최근 모습을 조문객들에게 들려주며, 조문객들도 고인의 삶에 있었던 삶의 조각들을 나누게 된다. 그렇게 추억과 회상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며 위로를 얻는다. 이것이 장례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한 집사님의 장례가 있다. 집사님은 평생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섬기는 삶을 살았다. 간호사로 일하며 어려운 이웃이 살고 있는 농촌이나 혹은 도서지방을 돌며, 아픈자들의 고통과 치유를 위해 일했다. 힘들지만 그 곳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은 외롭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두고 자신만 편한 곳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아팠지만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더욱 민감했던 분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며 집사님은 병을 얻었다.

고인이 교회에 다시 나온 첫 날을 기억한다. 몸의 모양새가 이미 조금 달라져 있었다. 가슴 쪽에 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계셨다. 이미 메주만큼 커다랗게 자란 암세포 때문이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다시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셨다. 그래서 항상 주일예배 후 필자를 만나면 "오늘도 나왔습니다. 힘들지만 오늘도 주님이 저를 데려가지 않으시고 살려주셨습니다"라고 인사하셨다. 그 후 병세는 악화됐고 댁으로 심방 갔을 때는 너무 힘들어 누워있을 수조차 없으셨다. 내게 하나님이 빨리 데려가도록 기도해 달라며 많이 고통스러워 하셨다.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런데 하나 안타까운 것이 있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가족들과만 함께 계신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평생 만나게 하신 친구들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연락해 꼭 만나시라고 권해드렸다. 그 분은 마지막에 자신이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에게 연락했고, 고통스럽지만 행복하게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성경에서 '권면'이라는 말은 약한 지체들과 시험에 빠진 지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곁으로 부른다'는 의미다. 성령과 보혜사도 같은 어원이다. 사람들은 고통하는 자들의 곁에 서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또한 나도 친구와 이웃이 곁에 서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역이다. 서로의 곁에 서 주는 것. 성탄이야말로 하나님이 직접 우리 곁에 찾아오신 최고의 위로이다.

권대현 목사 /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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