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에 맺히는 열매
[ 땅끝편지 ]
작성 : 2018년 12월 04일(화) 16:03 가+가-
인도 주성학 선교사(2)

헌당예배에서 기쁨으로 찬양하는 현지 교인들.

지난달 시바(Shiva:힌두신)를 섬기는 띠루니라말레이 지역에 '은혜와진리교회' 헌당예배를 드렸다. 그 교회를 처음 방문한 것은 3년 전이었는데 몬순 시기가 되면 본당으로 오폐수가 들어오는 것이나 쓰레기더미 옆에 웅크리듯 자리잡은 모습은 힌두교 성지에 터를 잡은 교회의 딱한 처지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교인들을 위해 화장실이라도 하나 짓자는 이야기가 오가다가 차라리 교회를 건축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목회자와 교인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회 건축보다 현지인들이 하나님이 하실 일에 대한 기대를 갖도록 동기부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마른 걸레를 짜는 심정으로 교인들에게 헌금을 요청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던 슬럼가 교인들은 십시일반으로 3000만 원의 건축헌금을 마련했고, 부족한 건축비를 한국교회가 지원하면서 하나님의 예비된 손길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교회 건축과 헌당을 통해 하나님이 현지 교회 가운데 일으킨 영적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도하는 교회로 체질이 변화됐다. 기도 없는 교회 건축은 창고를 짓는 일밖에 안 된다며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기도하자고 독려했는데, 건축을 준비하면서 새벽기도, 철야기도를 드리며 기도가 일상이 됐다. 둘째, 목회자와 교인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 성품이 드센 현지인 목회자는 주민들과 충돌하거나 거친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건축을 준비하고 기도하면서 내면의 변화가 일어났다. 교인들 역시 태도가 변하면서 주민들의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 셋째, 개인전도가 활성화 됐다. 심령이 뜨거워진 교인들은 복음을 전하려는 강렬함에 붙잡혔고, 교회엔 회심의 역사가 일어났다. 넷째, 하나님의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패배의식과 무기력감에 빠져 있던 교인들이 하나님은 부족하고 가난한 자신들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신앙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헌신하는 기회가 됐다.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 교회를 건축할 기회가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건물을 짓기 보다 건축이라는 계기를 통해 복음 위에 세워지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다. 좋은 기회로 보이는 것들을 분별하려 했고, 호의적 제안들을 때로는 사양하기도 했다. 동기를 부여하며 사역자들을 준비시키고, 말씀과 기도라는 본질에 충실했더니,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건물뿐 아니라 교인들 안에 아름다운 믿음의 집, 기도의 집, 말씀의 집을 짓도록 허락하셨다.어느덧 교회 건축 사역은 건물을 지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의 영적 기초와 형태를 바꾸는 마중물이 됐다.

헌당예배가 있던 날 교역자들은 자신의 인생 목적과 방향이 변화됐다며 눈물로 간증했다. 필자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기도를 올린 후 자리를 떠났다. 색색의 옷을 입고 하나님을 찬미하는 이들을 보니 이제 이곳은 더 이상 힌두교 성지가 아니라 복음을 품은 거룩한 땅으로 구별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성학 목사 / 총회파송 인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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