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대안은 신학적 공론화
[ 시론 ]
작성 : 2018년 10월 09일(화) 08:35 가+가-
'가짜 뉴스', 대안은 신학적 공론화



최근 여러 언론이 한 극우기독교단체를 '가짜 뉴스'의 생산 및 유통 근거지로 지목했다. 언론에 폭로된 이들의 행태를 보면 청년들을 위한 보수단체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전 정부의 청와대에 자금을 요청했는가 하면, 문자 메시지나 자신들의 인터넷망을 통해 근거가 없는 거짓 소식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했다. 정치적 사안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도 선정적이고 악의적인 거짓 뉴스를 생산, 유포함으로써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여 어떤 이들은 그들의 주장을 '가짜 뉴스'가 아니라 '허위조작 뉴스'라 불러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연루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건전한 보수신앙을 앞세우지만, 사실 근본주의적이고 공격적인 이데올로기를 신앙으로 착각하여 자신들의 주장만이 가장 신앙적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사회적 분열과 충돌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무조건 악마화하여 적으로 간주하는 그들의 태도는 사랑과 정의, 화해와 용서와 같은 성경적 가치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성경에서도 거짓으로 세상을 교란하고 복음을 훼방한 사례가 있다. 히브리인들이 애굽을 탈출하여 광야에 이르러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자 모세가 자신들을 죽이려 끌고 나왔다는 소문을 퍼뜨려 사람들을 이간한 이들이 있었고, 바벨론에서 귀환한 이스라엘이 성전을 건축하려 하자 거짓 소문을 퍼뜨려 방해한 이들이 있었으며, 주님이 사술로 기적을 일으킨다고 조작하여 악의적으로 고발하는 이들도 있었고, 초대교회를 박해하기 위해 로마화재를 그들의 탓으로 돌리려던 세력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소문은 하나님의 선교와 복음이 주는 구원의 역사를 막아서지 못했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거짓 세력은 결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사회의 발전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최근 남북관계의 화해모드는 동북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가짜 뉴스' 세력은 그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근거 없는 중상모략을 일삼으며 거짓을 유포한다. 그들이야말로 한국교회의 선교를 어렵게 하는 주범이다. 그 열정을 정의와 평화로 이끄는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에 사용한다면 한국교회의 선교에 큰 보탬이 될 터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반도 역사의 대전환점에 서 있는 이 시점에 한국교회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통일의 길목에서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다음 세대의 통일한국에서 그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국교회가 근본주의적 극우세력으로 가는 불행한 길에 선다면, 다음 세대는 한국교회를 외면할 것이다. 성경적 가치로 한국사회와 역사의 발전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보다 공적이며 책임적인 태도로 시민사회에 참여하는 신학을 정립하고, 하나님나라의 전망을 새롭게 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새로운 선교적 사명을 분별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이 시기에, 더 이상 이러한 세력들이 거룩하고 신실한 이들에게 악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도록 총회와 신학교가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렸고, 앞으로 그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는,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적 공론장에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악한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석환(장신대 교수/기독교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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