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기도, 마을로 가는 자양교회
[ 우리교회 ]
작성 : 2018년 08월 31일(금) 07:58 가+가-
성령의 불로 서서히 달궈지는 '솥뚜껑' 같은 교회
이철교 목사, "목사는 불쏘시개 역할"

자양교회 경로대학 수업 모습.

자양교회 전경
세족식 모습
교회 취재를 위해 방문한 지난 21일, 자양교회는 본당의 음향시설 교체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근의 작은 교회들보다도 음향상태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받아왔음에도 음향시설을 바꿀 생각이 없었는데 9월6일 서울노회 임시노회 장소로 결정되는 바람에 외부 손님들께 불편을 드릴까봐 음향을 교체하게 됐다는 것이 담임 이철규 목사의 설명이다.

"저는 교회는 조금 불편한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 화려하면 성도들이 오기 불편해 하실 것 같아요. 옛날에는 카타콤에서도 예배 드렸는데요. 저는 교회가 그 돈으로 나누고, 인재 키우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이야기를 통해서도 자양교회가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예감은 적중했다. 취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자양교회의 선한 영향력과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노회 자양교회(이철규 목사 시무)는 1924년 미국인 선교사 앤더슨에 의해 설립되어 94년간 자양동의 터줏대감으로 지역주민들과 한국사의 굴곡을 함께 겪어왔다. 그러나 오래된 교회가 으레 그러하듯 자양교회도 쉬 뜨거워지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싫어하는 부정적인 특징들도 가지게 되었다.

2013년 1월 1일 부임한 이철규 목사는 "냄비는 금방 끓는데 솥은 왠만하면 안끓는다. 자양교회가 시골의 큰 솥과 같은 모습으로 느껴졌다"며, "군불을 오랫동안 때면 팔팔 끓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 한몸을 불쏘시개로 사용하리라고 생각했다"고 5년전 당시를 회상했다.

온유한 성격의 이 목사는 담임이 되었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스타일로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조금 늦더라도 교인들의 의견을 물어보았고, 반대가 있으면 추진하지 않았다. 당회에서 회의를 할 때도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제로 바꿨다.

"소수의견에도 다 일리가 있기 때문에 들어야 해요. 한분이 반대하시더라도 상처를 주지 않고 전체가 하나가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처음에는 장로님들이 힘들어하셨는데 이제는 서로를 존중하는 좋은 전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수결이 다좋은 것은 아니예요. 늦게 가더라도 같이 가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입니다."
세족식 모습
담임 이철규 목사
이 목사는 온누리교회에서 고 하용조 목사에게 약 10년간 목회를 배운대로 무엇보다 '교육'을 강조했다. 큐티훈련, 일대일제자훈련, 전도폭발 훈련, 제자학교, 청소년 기쁨의 학교 등을 실시하니 성도들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배운 것을 잘 흡수했다.

빠른 시간안에 교인들과 새 목회자는 서로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그 결과로 새롭게 등록하는 교인들이 매년 200~300명 가량이나 됐다. 교회는 양육과 전도, 그리고 해외선교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교회 내에서도 성도들이 재미있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는,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교회가 됐다.

그러나 안주할 수도 있는 이러한 때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회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먼저 교회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양동과 광진구의 지역사회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고, 이들에게 사랑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다.

그래서 지난 2016년 10월부터 인근에 위치한 건국대학교의 기독학생 가운데 성적과 가정형편을 고려해 매 학기 장학생을 선발하고 ,소정의 장학금을 교회의 설립자 이름을 따 '앤더슨장학회'의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의 고등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한다. 그 금액이 매년 8000만원 정도에 이른다.

지역사회에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7층 체육관도 동네주민에게 오픈했다. 일주일에 두번 탁구교실을 열고 있다. 인근의 노인들을 위한 경로대학 운영은 물론, 주차장 또한 동네주민에게 열었다.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6개 교회가 초교파적으로 '좋은동네만들기교회연합'을 구성해 지역의 독거 노인들과 소외계층 300여 가정에게 전달하기위해 사랑의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3년째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자양교회는 성인이 되는 고아들을 위한 '선한 울타리' 사역을 전개하려고 한다. 이 목사는 "18세 성인이 되면 고아들이 고아원을 달랑 500만원 가지고 나가야 한다"며, "그들을 위한 쉘터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예수를 믿던 안믿던 일단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역도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뜻을 품고 있는 시냇가에심은교회(구은태 목사 시무)와 합력해 사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선교에 있어서도 단순히 교회당을 짓는 사역보다는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역을 진행했다. 4년전에는 월드비전과 협력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5000만원 상당의 정수 기능까지 갖춘 식수센터를 만들어 지역주민들에게 신선한 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어 C국에는 유아원을 지었고, 지난해에는 스리랑카에 5000만원을 들여 현지인이 사역하고 있는 시온교회를 건축했다.

이 목사는 "큰 솥과 같은 자양교회 성도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저는 군불을 계속해서 땔 것"이라며, "자양교회의 변화를 통해서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심지어는 타종교 신자들도, 모든 지역교회와 선교지의 사람들도 바로 우리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표현모 기자





제 목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성령'입니다. 목회는 하나님이 하시는 성령의 목회입니다. 성령은 기도할 때 역사하시죠."

성령목회를 강조하는 이철규 목사의 일상은 새벽기도회로 시작된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난 다음에도 꼭 한 시간 가량을 그 자리에 앉아 기도한다. 아침에 기도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 목사는 가끔 조찬 모임 스케줄이 생기면 개인기도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 조찬 모임을 가진 후 다시 와서 못다한 기도를 채울 정도로 이 목사는 기도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학대학원 시절에도 '시내산선교회'라는 이름의 산기도 모임 회원이었을 정도다.

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회자가 담임이다 보니 자양교회에서도 기도회가 많다. 연초에 세이레 특별새벽기도회로 한해를 시작하고, 부활절, 수련회 등의 굵직굵직한 일정을 앞두고는 꼭 특별새벽기도회를 연다. 그 목회자에 그 성도들이라고 하던가? 성도들의 새벽기도회 참여도 높은 편이다. 기도회에 참여할 수 없는 성도들을 위해 저녁 예배가 없는 날 저녁 8시 30분에는 브니엘기도회가 열려 매일 목회자가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기도의 불을 꺼지지 않게 하겠다는 이 목사의 의지다.

이 목사는 "목회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내 힘으로는 다 피해갈 수 없다"며, "기도하면 지뢰를 밟아도 터지지 않는다. 기도는 신앙생활과 목회에 있어 생명과도 같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가 하용조 목사님께 목회를 배울 때 그분은 목회자는 성도들의 어릿광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목회자는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무익한 종일 뿐, 주님은 흥하고 목회자인 저는 쇠해야 한다. 목회자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고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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